빅3 모두 1, 2년치 일감만 남아… 제재 풀린 이란 시장 수주 기대
한국 조선업계가 수주해 놓은 일감이 1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이 같은 불황이 향후 2, 3년만 지속되면 조선업체에 대규모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가피하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4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라크슨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국 조선업체 수주 잔량(남은 일감)은 2844만 CGT(선박의 부가가치, 작업 난도를 고려한 계수를 곱해 산출한 무게 단위)로 전월보다 73만 CGT 줄었다. 2004년 4월 말 수주 잔량이 2752만 CGT를 보인 이후 11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저유가 속에 전 세계 조선업계가 유례없는 불황을 겪으면서 이른바 국내 조선 ‘빅3’(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모두 일감이 1, 2년 치 수준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감이 1년 치 아래로 떨어지면 대형 조선소는 당장 근로자 수를 줄여야 하는 압박에 놓이게 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형 조선소 독이 한두 개만 비어도 협력업체 직원 10%는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빗장이 풀린 이란 시장에서 국내 조선업계가 유조선과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대규모 선박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할 경우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