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균·정책사회부
부처를 지휘하는 장관이 검토하라고 지시한 사항을 놓고 “부처 차원에서 검토된 사항이 아니다”라고 이상한 해명을 하고 나선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교육 정책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뜬금없는 지시로 혼란을 키운 이 장관의 발언에 있다. 대학 입시는 공교육 현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민감한 문제다. 당장 해당 보도를 접한 전현직 대학 입학처장들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대학 입시를 복수로 치르는 방안은 이미 참여정부 때부터 몇 차례 논의만 됐다가 사장된 내용이다. 국제 기준에 맞춰 9월 학기제를 도입하거나, 혹은 고교 내신만으로 학생을 우선 선발하자는 취지라는 등 이유는 다양했다. 하지만 초중고교의 학사 일정을 모두 바꿔야 하는 등 복잡한 문제라서 결과적으로 시도되지 못했다. 이런 이력을 무시한 채 “대학원은 일 년에 두 번 입학하는데 대학도 그렇게 하면 되지 않느냐”고 단순 논리를 펴는 것은 주무 부처 장관의 현실 인식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은 취임 두 달이 되어 가는 이 장관이 교육 현안에 대한 대처 능력이나 정책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 장관은 인사 청문회 당시 뜨거운 이슈였던 국정 역사 교과서 문제에 대해서도 “적절한 발표 시점을 정해 투명하게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아무런 조치 없이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 부총리 겸 장관으로서 교육 현장의 갈등을 조정하고 현안을 제대로 처리할 능력이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김희균·정책사회부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