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수 교수 ‘남경사행’ 연구… 시 속 지명-위치 암시 단어 분석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로 시작하는 조선 태종 이방원의 하여가(何如歌) 같은 정서를 떠올리게 하지만 사실 고려의 충신 정몽주가 1386년 중국 양주(揚州)에서 쓴 시다. 측근에 의해 살해된 수 양제의 사연을 떠올리며 망한 나라의 흥망을 따질 것 없다는 내용이다. 불과 6년 뒤 고려가 망하고 정몽주 자신이 이방원 부하의 철퇴에 맞아 비극적인 죽음을 맞을 것은 몰랐던 것이리라.
당대 최고 엘리트 관료였던 정몽주는 고려와 신흥 강국 명의 외교 갈등 시기 세 차례나 당시 명의 수도 남경(南京·현 중국 난징 시)에 사행(使行)을 다녀왔다. 육·해로로 왕복 8000리가 넘는 노정은 어땠을까. 정몽주가 사행 중 틈틈이 남긴 60여 수의 시에 착안해 여로를 복원한 연구가 나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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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사의 나그네를 뉘 찾아주리/나지막 읊조리는 밤은 깊어라…’
정몽주가 사신의 내면을 드러낸 시 ‘객야재구서역(客夜在丘西驛)’이다. 구서역은 현 산둥(山東) 성 칭다오(靑島) 시 랴오란(蓼蘭) 진에 있어 그가 이곳을 지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교수는 “특별한 공간 체험을 계기로 남겨진 정몽주의 이들 시는 한국 문학사에서 희소할 뿐 아니라 높은 미적 수준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