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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메드] (시네마테라피) 사람들의 불안과 두려움의 정체를 밝히는 영화 <검은 사제들>

입력 | 2015-12-30 16:05:00


칼럼니스트 최명기 정신과전문의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 공포는 해결해야 할 대상을 만들어낸다. 귀신이나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등장하고, 그것들을 제거함으로써 공포감은 해결된다고 믿는다. 영화 <검은 사제들>은 공포와 대상이 적당하게 버무려진 한국형 호러 영화라는 평을 받고 있다. 공포가 전하는 두려움의 지도를 따라가 보자.
 
 
느끼는 공포에도 종류가 있다?
  
공포영화를 대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제각각 다르다. 어떤 사람은 너무나 무서워서 애초에 공포영화를 보지 못한다. 어떤 사람은 공포영화를 봐도 도대체 왜 재미가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공포영화를 즐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두려움을 느껴야 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공포영화가 너무 황당하다고 생각을 하는 이는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공포영화에도 유형이 있다. 우선 여름에 항상 등장하는 잔혹 공포물이 있다. 죽여도 다시 살아나는 살인마가 주로 등장하는데 <13일의 금요일>, <나이트메어>,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사탄의 인형>, <캔디맨>, <할로윈> 등이 그러하다. 잔혹 공포물을 보는 이들은 잔인한 살인 장면을 보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우울증이 심해서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환자 중에는 잔혹 공포물을 찾는 이들이 종종 있다. 이들의 감정 밑에는 분노가 있는데 우울증으로 인해서 분노라는 감정을 해소하지 못하기에 잔혹 공포물에 심취하는 것이다. 잔혹 공포물의 경우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크지 않다. 잔혹 공포물을 찾는 이들은 겁이 없고 어떤 점에서는 영화 속 가해자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선과 악의 대결이 펼쳐지는 영화들이 있다. 악마가 구체적인 모습으로 형상화되기도 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드라큘라>다. <드라큘라>는 흑백영화 시대부터 관객을 사로잡았다. 벨라 루고시는 흑백영화 시대에 드라큘라 역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요즘 세대에게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마법사 사루만으로 익숙한 크리스토퍼 리는 1960년대와 1970년대 드라큘라 전문 배우로 이미지가 굳어지기도 했다. 클라이브 바커 감독의 <헬레이저>(1987)나 스티브 마이너 감독의 <워락>(1989) 역시 구체적인 모습의 악마가 등장하는 공포영화다.
 

<데블스 애드버킷>(1997)에서는 알 파치노가 자신감 넘치는 현대판 악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데블스 애드버킷>에서 알고 보니 악마의 자식이었던 변호사 역을 연기했던 키아누 리브스는 <콘스탄틴>(2005)에서는 명실상부한 주인공이 된다. <콘스탄틴>은 잘 짜인 줄거리와 스펙터클한 영상으로 인해서 지금도 찾는 이들이 많다. CG의 발달로 인해 관객의 몰입도는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영화와 현실의 차이가 커지면서 영화 속 상황이 현실에서 일어날 것 같다는 두려움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웨슬리 스나입스 주연의 <블레이드> 시리즈나 케이트 베킨세일 주연의 <언더월드> 시리즈의 경우 공포영화의 요소는 거의 사라지고 액션물에 더 가깝게 되었다.
  
타고나기를 악하게 태어난 주인공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공포영화도 있다. 스티븐 킹 원작,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캐리>에서는 친구들에게 따돌림받던 소녀 캐리가 초능력으로 같은 학교 학생들을 몰살시키는 장면이 등장한다. 마지막 장면이 소름 끼치기는 하지만 그녀의 처지 역시 이해가 간다.
  
닐 조단 감독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는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가 등장해서 음침한 뱀파이어 이미지를 일신했다. <트와일라잇>, <이클립스>, <브레이킹 던>, <뉴 문> 시리즈의
경우 청춘 뱀파이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의 스웨덴 영화 <렛 미인>의 경우 미워할 수 없는 어린이 뱀파이어가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심령현상을 다룬 공포영화들이 있다. 앞서 잔혹 공포영화의 경우 실질적으로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이는 살인마다. 피해자인 주인공들은 수동적인 위치에 머무른다. 선악의 대결을 다룬 영화의 경우 구체적인 형상을 가지고 행동을 하는 악마가 존재한다. 악과 대항해서 싸우는 주인공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관객들은 대결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런데 심령현상을 다루는 공포영화의 경우 주인공이 느끼는 공포가 가장 주된 요소가 된다. 그런데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존재에 따라 심령 공포 영화도 사건이 일어나는 배경에 따라서 분류를 해볼 수 있다.
 
 

공포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모습
  
우선 집에 존재하는 악령으로 인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하우스 호러라고 한다. <아미티빌 호러(The Amityville Horror)>나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이에 속한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 무엇보다 제임스 완 감독의 <컨저링>, <인시디어스>가 가장 친숙하다. 제임스 완 감독의 <컨저링>, <인시디어스>에서는 가족 중 한 명이 악령에 사로잡혀 위기에 처한다. 가족은 영매에게 도움을 청한다. 영매와 가족이 모두 힘을 합쳐서 악령으로부터 가족을 구해낸다.
  
<링>이나 <주온> 같은 일본 공포영화는 서양의 하우스 호러와는 그 전개 방식이 다소 다르다. 컨저링이나 인시디어스에서는 악령과의 대결이 중요한 반면 <링>이나 <주온>에서는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주인공들이 스스로 저주를 풀어낼 방법을 알아내야 하는 것이다.
   
<블래어 윗치(The Blair Witch Project)>(1999)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기법을 사용해서 거의 모든 장면을 마치 실제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이렇게 현실을 가장해서 은근히 공포를 자극하기에 리얼 호러라고 칭하기도 한다.
  
<블래어 윗치>에서 주인공들은 숲에 들어가서 비디오를 찍는다. 주인공들이 서로를 찍는 모습과 숲 속 풍경을 통해서 공포가 드러난다. 마녀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마녀가 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광경이 사진에 찍히면서 두려움을 야기한다. <파라노말 액티비티>도 기법상으로는 리얼 호러로 분류할 수 있다.

악마를 믿는 사교집단이 등장하는 공포영화로는 <악마의 씨>와 <오멘>이 대표적이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악마의 씨(Rosemary's Baby)>(1968)에서 로즈마리(미아 패로우 분)의 남편 가이 우드하우스(존 카사베트 분)는 성공을 위해서 악마를 믿는 집단에 아내를 넘기고 아내는 악마의 아이를 잉태한다.
  
그녀가 세든 고급 아파트는 알고 보니 악마의 소굴이었고 그녀에게 친절을 베풀던 점잖은 노인들은 모두 악마를 믿는 이들이었다. 잔인한 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지만 오싹한 공포를 야기한다.
  
그런데 이 영화를 발표한 다음 해 로만 폴란스키의 아내였던 여배우 샤론 데이트는 희대의 살인마 챨스 맨슨이 이끌던 사교집단에 임신한 상태에서 무참히 살해당한다. 그녀 말고도 네 명이 집단 살인을 당했다. 로만 폴란스키가 집을 비운 사이에 살인이 이루어져서 그는 겨우 목숨을 건진다. 일부에서는 로만 폴란스키가 로즈마리 베이비를 영화화한 대가를 치른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악마 숭배를 다루는 심령 공포영화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오멘>(1976)이다. 666이라는 악마의 표식을 지닌 소년 데미안이 미국의 명문가에서 자라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루었다. 지금에 와서 보면 너무나 익숙해진 장면들이지만 데미안의 주위에서 발생하는 죽음의 장면이 당시에는 상당한 공포를 느끼게 했다.
 
데미안의 양부는 아이가 악마라는 것을 깨닫고 죽이려고 하지만 결국 실패하는 장면을 보며 필자도 손에 땀을 쥐었었다. 필자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국내에서 개봉했는데 누나의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밤에 무서워서 잠을 못 잤던 기억이 난다.
 

누군가의 몸에 존재하는 악령을 내쫓는 줄거리를 지닌 영화를 엑소시즘 영화라고 부른다. 가장 대표적인 영화는 <엑소시스트>(1973)이다. 한 소녀가 이상한 증상을 보인다. 얼굴이 흉측하게 변하면서 악마의 목소리로 말을 한다.
  
그래서 두 신부가 악마를 쫓아내기 위한 의식을 한다. 소녀의 얼굴이 180℃ 돌아가는 장면과 소녀의 몸이 공중부양을 하는 장면은 영화사에 길이 남는 명장면이다. 두 신부의 노력으로 인해서 소녀는 구제된다. 하지만 나이든 메린 신부는 엑소시즘 과정 중에서 목숨을 잃는다.
 

메린 신부 역은 베르히만 감독의 영화에 주로 출연해서 널리 알려진 스웨덴의 명배우 막스 폰 시도우가 맡았다. <더 라이트: 악마는 있다>(2011)에서는 영국을 대표하는 명배우 안소니 홉킨스가 악마를 쫓아내는 루카스 신부의 역을 맡아 연기한다. 젊은 신부 마이클이 바티칸에 가서 퇴마의식을 행하는 루카스 신부를 만난 후 퇴마를 믿고 행하게 된다는 것이 줄거리다.
  
안소니 홉킨스는 영화에서 세상의 몰이해로 인해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러한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는 <검은 사제들>에서 김윤식에 의해서 보다 더 진화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검은 사제들, 공포에 맞서 이겨내려는 전형을 보여주다
 

<검은 사제들>은 심령 공포 영화 중에서도 엑소시즘 영화에 속한다. 그러나 기존의 엑소시즘 영화와는 차별화된 모습이 보인다. 우선 두 신부의 캐릭터가 현실적이다. 김신부(김윤식 분)는 ‘막스 폰 시도우’나 ‘안소니 홉킨스’가 보여준 진지한 이미지에서 탈피했다. 자기 멋대로에 무뚝뚝하고, 화도 잘 내고, 술도 마시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일종의 반항 이미지를 보여준다. 몰이해, 소외로 인해서 고통받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 모두 자신의 마음속에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질서정연한 사회에 대한 반감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 그로 인해서 김신부의 행동에 대해서 보다 더 공감하게 된다. 겉으로 보이기에는 불성실하다는 측면이 그의 내면적 순수함을 오히려 더 부각시키는 것이다.
 

최부제(강동원 분)는 구마의식에 동참하면서 자신의 내면적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최부제(강동원 분)는 어려서 죽은 동생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한 공포가 남아 있다. 앞서 김신부(김윤식 분)가 불안을 감추기 위해서 불친절을 가장하는 것과는 달리 최부제(강동원분)는 불안을 감추기 위해서 명랑함을 가장한다.

김신부(김윤식 분)는 그를 자극해서 겉으로 보이는 모습 속에 숨겨진 내면의 감정을 끌어올리려고 한다. 악령을 접하게 되면서 최부제(강동원 분)는 그가 회피하고 있던 두려움과 죄책감을 직면하게 된다. 달아나려 했다가 다시 돌아오면서 그는 보다 강하고 성숙한 인간으로 변모한다. 최부제(강동원 분)의 관점에서 보면 이 영화는 성장영화다.
  
영신(박소담 분)의 캐릭터 역시 과거의 수동적인 피해자와는 다르다. <엑소시스트>(1973)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가 주인공 소녀의 몸에 도와달라는 내용의 글이 반점처럼 나타나는 장면이다. 주인공 소녀는 어떻게든 악마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벗어나지 못하는 무력한 존재다.
 

반면 <검은 사제들>에서 영신(박소담 분)은 악마를 자신의 몸에 잡아놓기 위해서 싸우는 강인한 존재로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김신부(김윤식 분)가 “네가 다 했다”는 명대사를 영신(박소담 분)에게 말하게 되는 것이다. 그녀는 스스로를 희생하여 인류를 구하고자 한다. 그로 인해 결국 목숨을 잃게 된다. 집단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캐릭터는 어떤 점에서 지극히 동양적이다.
  
기독교에서 구마의 시초는 예수님이 귀신들린 이들을 치유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영화 속에서 악령을 돼지에 가둔 것 역시 예수님이 내쫓은 악귀가 돼지들에게 달아나서 옮겨간 후 물에 빠져 죽은 데서 유래한다.
  
영화 속에서 12사령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이 역시 나름 근거가 있다. 지금은 10진법을 사용하지만, 과거에는 12진법을 사용했다. 그래서 예수님의 제자가 10명이 아닌 12명이었다고 기록된 것이다. 예수님의 제자가 12명이기 때문에 그에 대응하는 악마의 제자 역시 12명인 것이다. 그래서 <루시퍼: 중세의 악마>(제프리 버튼 저)의 98쪽을 보면 “악마는 예수를 흉내 내어 12사도를 가지고 있다”라는 대목도 있다.
 

공포영화로 공포를 치료하다
 

가족이나 친구 같은 주변의 사람들이 완전히 똑같이 분장한 다른 사람으로 바꿔치기 당했다고 여기는 경우 카그라스 증후군(Capgras syndrome)이라고 부른다.
  
만약에 내 자식이 겉모습은 똑같지만, 그 속은 악령에 사로잡혀있다고 믿는 경우 변형된 형태의 카그라스 증후군(Capgras syndrome)이라고 할 수 있다. 환청이나 망상으로 인해서 가족이 이상하게 행동하고 말하는 경우 대부분의 사람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심각한 경우 환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한다.
  
그런데 어떤 가족들은 환자가 병이 걸렸다고 생각하는 대신 악귀가 씌었다고 믿는다. 이런 경우 병원을 찾는 대신 안수기도를 받거나 굿을 해서 낫게 하려고 시도한다. 똑같은 현상을 정신과 의사는 조현병(정신분열증)의 증상이라고 진단하고, 일부 종교에서는 악령에 사로잡혔다고 생각하고, 어떤 무속인들은 빙의가 되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는 약물치료가 가능해지면서 치료가 가능해졌지만 과거에는 누군가 이상한 말과 행동을 해도 치료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그 내용이 종교적인 경우 마음이라는 공동체에서는 커다란 문제가 되었다. 가족은 무엇이 되었건 조처를 취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귀신이나 악귀를 쫓아내는 의식이 발생한 것이다.
  
인간은 오랫동안 두려움 속에서 살아왔다. 지금은 과학을 통해서 원인을 밝혀내고 통계를 내서 확률을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도처에 발생했다. 그러한 일들이 왜 일어나는지 설명하지 못하면 두려움은 더 크게 더 오래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미신은 과학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 불행을 설명하는 나름 합리적인 방법이었다. 갑자기 태풍이 불거나, 기근이 닥치거나, 전염병이 돌았을 때 그것을 악마의 소행으로 설명했던 것이다. 효과가 실제로 있건 없건 악마를 퇴치하기 위해서 기도를 하고 의식을 하면서 두려움을 이겨냈던 것이다.
  
그런데 인류가 현대문명의 혜택을 입은 것은 불과 백 년 남짓하다. 그러므로 아직도 우리의 뇌 속에는 막연한 공포에 해당되는 부분이 남아있다. <검은 사제들>같은 엑소시즘 영화는 그러한 두려움을 자극한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악이 패배하는 것을 보면서 두려움을 조절할 수 있다며 안도하기도 하는 것이다.
 

<검은 사제들>에서 어떻게든 남자의 몸으로 옮겨가려고 기를 쓰는 악령을 보면서 덴젤 워싱턴이 주인공 형사역을 맡은 <다크 엔젤>(1998)이 떠올랐다. 대도시에서 인파가 몰려있는데 악령이 사람의 몸에 들어가서 앞의 사람의 몸에 손을 댄다. 그러면 악령은 앞의 사람의 몸으로 또다시 옮겨간다. 그런 식으로 빛과 같이 빠른 속도로 사람들의 몸을 바꿔가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몸에 악령이 들어오게 한 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죽고자 한다. 악령을 자기 몸에 가두고 죽으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악령이 지나가던 짐승의 몸에 들어가면서 주인공의 시도가 실패한다. <검은 사제들>의 제일 첫 장면을 보면서 <다크 엔젤>이 떠올랐다.
  
영신(박소담 분)이 악령이 풀려날까봐 자신의 몸 안에 악령을 가두었다가 스스로를 희생하는 것을 보면서는 데미 무어가 주연을 맡은 <쎄븐 사인>(1989)이 떠올랐다. 영혼이 없는 아이가 태어나면 이 세상에 멸망이 온다.
  
그런데 애비 퀸(데미 무어 분)은 영혼이 없는 아이를 출산할 운명이다. 영혼이 없는 아이를 출산하면 세상이 멸망하리라는 것을 알게 된 애비 퀸(데미 무어 분)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갈등한다. 결국, 그녀는 출산하면서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 대신 아이에게 영혼을 준다. 엄마가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서 자식을 살린 것이다.
  
개인적으로 귀신 들리는 장면이 가장 소름 끼치게 느껴졌던 영화는 이장호 감독의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1988)였다. 공포영화는 아니지만, 주인공(이보희 분)이 선착장에서 무당이 굿하는 것을 보다가 갑자기 신 내림을 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밤에 혼자서 영화를 보다가 숨이 막히는 줄 알았다.
 

마지막으로 <검은 사제들>을 보고 나서도 풀리지 않던 의문은 영신(박소담 분)이 과연 살았는가 죽었는가였다. 악령이 죽었을 때 영신의 손이 움직여서 어머니가 영신의 손을 잡은 것인지 혹은 어머니가 영신의 손을 잡아서 영신의 손이 흔들린 것인지 감독에게 물어봐서 확인하고 싶었다. 독자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하지만 어쩌면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때때로 우리는 믿고 싶은 것을 믿게 되기 때문이다.
   
기사 = 라메드 편집부(www.ramed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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