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전번역원 30일 기념식… 1965년 민족문화추진회가 모태 지금까지 227종 1931책 번역 성과… 인재양성 등 해결 과제도 많아
1970년대 민족문화추진회(민추) 사무실에서 학자들이 교열 원고를 검토하고 있다. 월탄 박종화가 초대 회장을 맡아 1965년 11월 민추가 설립된 지 올해로 50년을 맞았다. 한국고전번역원 제공
1965년 11월 6일 서울대 의과대 강당에서 열린 ‘민족문화추진회(민추)’의 창립총회에서 역사소설가 월탄 박종화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국사학자 이병도가 임시 의장으로 회의를 진행했고,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가 경과 보고를 했다. 일제 강점과 6·25전쟁 등 격동의 현대사를 겪으며 제대로 돌볼 여유가 없었던 전통 정신문화의 맥박이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민추 결성 이후 본격 시작된 고전 번역이 이달로 50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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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민추 시절에는 재정적인 어려움이 컸다. 1986년부터 쓰고 있는 서울 종로구 비봉길 사무실로 이전하기까지 이사만 10번을 다녔다. 1970년대 잠시 사용했던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사무실은 위층이 카바레여서 낮에도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1977년부터 민추에서 일한 성백효 고전번역원 명예교수는 “민추 시절 월급은 초중고 교사보다 적었지만 제자가 강의 시간에 늦으면 쉬는 시간까지 문밖에서 기다리다가 강의실에 들어갈 정도로 사제 간에 예절이 엄격했다”고 회상했다.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먼저 인력 부족으로 인한 더딘 번역 작업 속도다. ‘승정원일기’는 1994년 번역에 착수했지만 번역률이 17%에 머무르고 있다. 고전번역원에 따르면 2012년 문집 1259종을 정리해 원본 그대로 출간한 한국문집총간(500책)도 번역률이 10% 정도다. 이 역시 완역에 최소한 45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번역을 위한 인재 양성도 녹록지 않다. 지금은 일반 대학원에서 관련 공부를 한 뒤 다시 3∼7년 동안 고전번역교육원 등에서 전문 번역 교육을 받아야 번역자로서의 몫을 제대로 할 수 있다. 학위와 비학위 과정을 이중으로 이수하는 셈이다. 이명학 한국고전번역원장은 “이 같은 낭비를 줄이기 위해 석박사 학위 과정인 ‘고전번역대학원대학교’의 설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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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0만 자의 ‘조선왕조실록’은 번역에 22년이 걸렸다. 한국고전번역원 제공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