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겨냥 금융사기 급증… 221명 정보 대포통장으로 中에 팔아 피해자 99%가 20대… 경찰, 7명 검거
지난해 6월 서울의 한 대학 졸업반 백모 씨(23·여)는 유명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서 예술기획사 채용 공고를 확인했다. 사무보조 직원을 뽑는데 일당 9만 원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백 씨는 회사와 전화 통화로 간단히 면접을 봤고 곧바로 합격했다. 회사는 A은행에 급여 이체용 통장을 개설하라고 백 씨에게 안내했다. 또 출입보안카드를 만들 때 체크카드 기능을 넣겠다며 체크카드와 카드 비밀번호도 요구했다.
사흘 뒤 출근 날짜만 기다리던 백 씨에게 황당한 전화가 걸려왔다. “당신 통장이 범죄에 이용됐다”는 은행 직원의 전화였다. 다급한 마음에 회사에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사용 중이던 다른 은행 계좌까지 모두 정지됐다. 그날 이후 백 씨는 자신의 계좌로 사기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이 제기한 민사소송에 응하느라 취업 준비는 고사하고 피해 금액 220만 원을 갚기 위해 추운 겨울 스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백 씨는 “1년간 금융 거래가 제한돼 정규직 구직 활동도 못 하고 알바만 하고 있다. 알아보니 주변에 나와 비슷한 피해를 본 취업 준비생이 많았다”고 말했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백 씨 등 구직자 221명에게서 취업 조건으로 금융 정보를 넘겨 받은 뒤 중국 범죄 조직에 팔아넘긴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로 황모 씨(28) 등 3명을 구속하고 차모 씨(27)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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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모 씨(23)도 지난해 10월 대포통장 명의자로 고소당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문 씨는 “범죄자로 몰렸다는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느라 몇 달간 취업 준비도 못 하고 허송세월했다”고 했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포통장 신고 건수 1070건 중 60.6%(649건)가 가짜 구인 광고를 이용해 피해자를 모집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