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세법 개정안서 빠진 3大이슈] ②비과세-감면 대폭 축소 이해집단 조직적 반발에 후퇴… 연내 폐지 예정 88개중 69개 연장 ③부가세 간이과세 개선 짝퉁영세업자 35만 추산… 탈세 악용, 정치권 일각 “기준 더 낮춰야” 압박 국회 논의 과정서 다시 도마 오를듯… “세법 전쟁, 지금부터가 시작”
특히 비과세·감면 정리, 근로자 면세율 축소,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개선 등은 끝내 세법 개정안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3대 이슈가 정치적 폭발력이 큰 사안이어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정치권의 눈치 보기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3년 차인 올해가 세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여러 사정을 감안해 이번에 최적의 선택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2∼2014년의 3년 동안 누적 세수결손액은 22조2000억 원이다. 올해도 세수결손이 예상돼 이를 메우기 위해 추가경정예산 5조4000억 원이 집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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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인들의 조직적 반발 속에 여야 정치권이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정치권은 비과세·감면 일몰을 연장하는 법안들을 잇달아 발의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몰이 도래하는 항목들 대부분이 민생과 직접 관련돼 있어 무조건 없애기는 힘들었다”고 말했다.
근로자의 절반가량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비정상적 구조도 손을 대지 못했다. 지난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근로자는 777만 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48.2%를 차지한다. 2013년(32.4%)에 비해 15.8%포인트 상승했다. 올 초에 불거진 연말정산 파동을 수습하느라 보완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서민층을 위한 면세 혜택이 대폭 강화됐기 때문이다. 이후 면세자의 비율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근로소득공제 축소 △표준세액공제 축소 △특별세액공제 종합한도 설정 등을 놓고 저울질하던 기재부는 이번 세법 개정안에 하나도 담지 않았다. 연말정산 파동이 재연될 수 있다는 부담감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탈세의 온상으로 꼽히는 부가세 간이과세 제도 개선도 이뤄지지 않았다.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로 마련된 제도였지만 ‘짝퉁’ 영세업자들이 급증해 간이과세 제도를 아예 폐지하거나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한국세무사회는 매출 규모를 속여 세금을 줄이는 짝퉁 영세업자가 3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오히려 간이과세 기준을 더 낮추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밖에 부모나 조부모가 자녀·손주에게 주택·전세자금을 증여할 때 일정 한도까지 비과세하는 방안, 기부금 세액공제 확대 방안 등도 세법 개정안에 담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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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자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세법 개정안에 담긴 내용이 빠질 수도 있고, 없던 내용이 나중에 포함될 수도 있다”며 “세법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