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혜라는 것은 남에게 전달될 수 없는 것이라네. 지혜란 아무리 현인이 전달 하더라도 일단 전달되면 언제나 바보 같은 소리로 들리는 법이야.”―싯다르타(헤르만 헤세·민음사·2002년) 》
대학에 입학한 지 1년 정도가 됐던 어느 날 나는 대학 동문 주소록을 뒤져 지금은 현장에서 가끔 마주치지만 당시에는 멀었던 기자 선배, 국책연구소에 다니던 선배 등을 만났다. 그들이 다니던 직장은 내 직업 후보군이었다. 유경험자인 선배들에게서 내게 딱 맞는 직업을 결정할 혜안을 얻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선배들은 직군에 대한 지식만 줄 뿐이었다. 평생의 업을 찾는 지혜는 이후의 긴 여행에서 만났다. 휴학하고 떠난 해외여행길에 나는 무작정 시민단체를 찾아가 무보수의 인턴을 자청했고, 시민단체 사람들이나 자원봉사 현장에서 만난 이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해 ‘어떻게 직업을 찾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묻고 답을 들었다.
싯다르타는 소설 초반에서 지혜를 얻기 위해 풍요롭고 사랑이 가득했던 가정을 떠난다. 아버지와 친구들은 고향에서 스승들에게 가르침을 받으면 될 일이라고 설득했지만 그를 막지는 못했다. 그는 넓은 세상을 온몸으로 더 깊게 겪어야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그는 큰 깨달음을 얻고 그가 어릴 때 꿈꿨던 모습에 가까워진다.
싯다르타나 헤세가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 반드시 정답인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경험을 통해 깊게 몰입해 얻는 깨달음이 값지다는 점만은 틀림없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