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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의 혁신 뒤엔 항상 이 남자가 있었다”

입력 | 2015-05-28 03:00:00

애플 최고디자인책임자 된 아이브
‘디자인은 창작물의 영혼’ 철학 공유… 생전 잡스 “내 영적 동반자”로 불러




조너선 아이브(왼쪽)와 생전의 스티브 잡스. 동아일보DB

25일 애플의 최고디자인책임자(CDO)로 조너선 아이브 부사장(48)이 임명되면서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들은 아이브 부사장이 스티브 잡스 곁에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애플이 가능했다며 새삼 두 사람의 관계를 주목했다.

2011년 세상을 떠난 잡스는 생전에 ‘띠동갑’으로 12세 연하인 아이브 부사장을 ‘나의 영적인 동반자(솔 메이트)’라고 불렀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5일 아이브 부사장의 승진 인사를 발표하자 생전에 잡스와 아이브가 공유한 디자인 철학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WP는 “표면적 단순함이 아닌 진정한 단순함(True Simplicity)이 두 사람의 디자인 철학이었다”고 했다. 잡스는 “무엇을 단순화시킨다는 건 그 대상이 갖는 복잡성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설명하는 명쾌한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라고 정의했고, 아이브 부사장은 “사람들이 단순한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이 제품을 제압할 수 있다’는 느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브 부사장은 월터 아이작슨이 쓴 잡스 전기에서 “(잡스와 나는) 신제품을 만들 때 본질을 빼곤 다 없애길 원했다”고 말했다. 잡스도 생전에 경제전문지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디자인을 단지 겉모양이라고만 생각하는데 그건 정반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디자인은 창작물의 영혼(본질)이다”라고 말했다.

아이브는 한때 애플을 떠나려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애플이 디자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 없이 수익 극대화에만 신경을 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발길을 돌리게 한 결정적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잡스의 CEO 복귀(1997년)였다. ‘잡스 없는 애플’에선 엔지니어가 디자이너를 지배했지만 잡스가 돌아오면서 디자이너의 위상은 180도 달라졌고 당시 디자인팀장이던 아이브 부사장도 결국 마음을 다잡게 됐다는 것이다. 미 언론들은 “세상을 뒤흔든 애플의 아이맥 아이팟 아이패드 등은 디자이너가 엔지니어링을 통제하는 애플의 독특한 문화 속에서 탄생했다”고 평가했다.

잡스는 생전에 “아이브에게 이래라저래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나 말고) 아무도 없다”고 할 만큼 그를 특별하게 대했지만 아이브 부사장이 잡스에게 좋은 감정만 있었던 건 아니었던 것 같다. 아이브 부사장은 ‘잡스 전기’에서 “그가 내 아이디어들을 듣고는 ‘형편없다’고 했다가 나중에 일부를 자기 생각인 양 발표할 땐 상처를 받곤 했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아이브 부사장은 2011년 10월 19일 잡스 추모식장에서 “생큐 스티브”라는 말로 잡스에 대한 감사함을 전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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