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에 사용되는 방사선의 ‘허와 실’
의료진이 최첨단 방사선 치료 기기인 래피드아크로 치료하기 전에 환자의 치료 부위를 확인하고 있다. 원자력의학원 제공
맨눈으로 몸속 장기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는 없다. 진단을 위해서는 몸을 투과해 이를 재현해내는 물질이나 기술이 필수적이다. 방사성물질이 붕괴되면서 나오는 방사선은 투과성이 뛰어나 100여 년 전부터 의료 목적으로 활용됐다. 의료계에서는 방사선을 이용한 진단법이 없었다면 현재의 의료 기술은 불가능했을 거라고 말한다.
광고 로드중
○ CT 때 이해득실 따져야
방사선 진단 시 피폭량은 가장 기본적인 검사인 흉부 X선의 경우 0.02mSv(밀리시버트·사람에게 쬐는 방사선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 CT로 복부-골반을 검사하는 경우 1회 검사당 평균 10mSv 정도다. PET는 5∼10mSv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한국인의 연간 자연방사선(일상생활에서 자연적으로 받는 방사선) 총 피폭량은 3mSv임을 감안하면 CT의 방사선량은 높은 편이다. 따라서 CT의 경우 검사 혹은 치료를 통해 얻어지는 이익이 더 큰 경우에 촬영한다.
가령 방사선에 영향을 비교적 많이 받는 인체 부위는 여성 유방으로, CT를 단기간에 여러 번 하면 오히려 유방암 발병을 증가시킬 수 있다. 또 폐를 진단하기 위한 흉부 CT는 방사선에 의한 위험이 질병 조기 진단의 이득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연령대가 낮거나 증상이 없는 경우엔 진단을 자주 받지 않도록 한다. 일반인도 건강검진 목적으로 사용되는 방사선에 대해서는 그 이득과 위험성에 대한 논란이 공존하므로 검사 시 방사선 노출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담당 의료진에게 꼭 물어보고 상의해서 찍는 것이 좋다.
○ 환자들이 손꼽는 특징은 무통과 빠른 회복
고령화사회에 진입하면서 암 환자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추세다. 대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당뇨병, 고혈압, 간 기능 수치 저하, 폐기능 저하 등 다른 질환을 동반하므로 적극적인 암 치료가 힘들다. 이 경우 방사선 치료가 △치료 부위를 절개하지 않고 △일반 수술 시 발생하는 출혈이나 감염을 줄이고 △수술 후에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 없어 자주 사용된다. 특히 장기의 기능을 보존하면서 수술과 대등한 치료 효과가 가능한 방사선 치료 암 분야는 두경부암, 폐암(조기), 자궁경부암, 전립샘(선)암, 방광암, 피부암 등이다. 또 수술 전 암의 절제 범위를 줄이거나 수술 뒤 암의 재발 감소와 완치를 위해 방사선 치료를 사용한다. 이때 관련된 암은 뇌종양, 두경부암, 유방암, 폐암, 식도암, 췌장암, 담도암, 직장암, 자궁암, 전립샘암, 방광암, 육종 등이다.
광고 로드중
방사선 치료의 원리는 방사선으로 암 세포의 DNA를 파괴해 죽게 하는 것이다. 미사일 추적 시스템과 같이 사람이 호흡할 때마다 변화하는 암의 위치 변화를 자동으로 추적해 방사선을 조사하는 정밀한 치료기기들도 속속 나왔다. 가령 사이버나이프, 래피드아크, 노발리스 티엑스 등 최근에 나온 정밀한 치료기기들은 정상 조직의 손상은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파괴한다. 특히 척추암, 폐암, 간암, 전립샘암 등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CT, X선 같은 진단 영역에서도 70∼80% 가까이 방사선 선량을 줄인 ‘저방사선 기기’들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