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교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장 출신이다. 보수적인 시장경제학자의 발언을 누구보다도 반긴 것은 진보 진영이다. 박정희 독재를 히틀러 독재에 비교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던 진보 진영이지만 박정희 개발독재 노하우를 김정은에게 전수하자는 데는 박수를 보냈다. 이것은 비판만 하던 박정희 개발독재의 성과를 은연중에 인정한 것이긴 하지만 잘못된 전제를 깔고 있다. ‘박정희나 김정은은 다 비슷한 독재자이고 박정희가 한 것을 김정은이라고 못하겠느냐’는 것인데 사실 진보 진영 스스로도 믿지 못할 전제다.
▷라인 강의 기적을 일으켰던 독일은 통일 후 옛 동독 지역에서 엘베 강의 기적을 일으켰다. 오염 물질만 가득했던 엘베 강이 정화되고 엘베 강가의 드레스덴은 현대적인 공업도시로 거듭났다. 그러나 엘베 강의 기적은 동독 독재자 에리히 호네커가 사라졌을 때 가능했다. 개발독재는 말 그대로 경제 개발을 위한 방편으로서의 독재를 의미한다. 이런 독재를 김씨 왕조를 지키는 것이 최우선 목표일 수밖에 없는 김정은의 3대 세습 독재에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