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좌파연합 집권 유력
25일 실시된 그리스 조기 총선에서 긴축정책 반대와 구제금융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건 야당인 급진좌파연합 ‘그렉시트(Grexit)’와 국가부도 가능성이 현안으로 떠올라 유로존이 긴장하고 있다.
이날 오전 7시부터 전국 2만여 곳의 투표소에서는 그리스는 물론이고 유럽의 운명이 달린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이 길게 줄을 섰다. 그리스의 총 유권자는 980만 명. 시리자에 한 표를 던졌다는 스타브룰라 구르두루 씨(43·여)는 “외국의 금융 권력이 우리의 아이들을 망치는 것을 더이상 두고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니콜라 코플루스 씨(78)는 “긴축정책으로 힘들었지만 나라가 망하도록 둘 수 없어 한 표를 행사했다”고 말했다. 투표는 이날 오후 7시(한국 시간 26일 오전 2시)에 끝났으며, 최종 개표 결과는 26일 오전 10시(한국 시간)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에서는 시리자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24일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그리스의 구제금융 재협상과 부채 탕감을 요구하는 시리자는 33.5%로 안도니스 사마라스 총리가 이끄는 여당 신민주당(ND)을 3∼6%포인트 앞서며 지지율 1위를 고수했다. 전체 300석 중 과반 확보에 필요한 최소 득표율은 36.5% 정도로 추산된다. 시리자는 단독 과반 확보가 어려워 지지율 3위인 중도파 ‘포타미’ 등 소수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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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긴축 철폐와 채무탕감 방침은 굽히지 않았다. 그는 세금 감면, 최저임금 인상, 가정 전기요금 인하, 연금 지급, 공공지출 원상회복 등 각종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도 약속했다.
영국 BBC는 “시리자가 집권하면 유로존에서 처음으로 ‘반(反)긴축정책’ 정부가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유럽 각국에서도 포퓰리스트 정당의 대약진이 예고된다”고 전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시리자가 집권해도 그리스는 구제금융과 관련해 이제까지 언급해 온 연금 삭감, 공무원 대량 감원 등의 약속을 존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리스는 국제통화기금(IMF), EU, 유럽중앙은행(ECB) 등 이른바 ‘트로이카’로부터 2010년,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2400억 유로(약 292조 원)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그리스의 구제금융은 올해 2월 말이 기한으로 잡혀 있어 연장 여부를 결정하지 않을 경우 신규 금융지원은 중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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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