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달맞이길 오션어스 사옥
남동쪽 진입로 건너편에서 바라본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 오션어스 사옥의 정면. 건축주는 “아랍 문자와 소나무 가지의 형태를 모티브로 삼아 달라”고 요청했다.
전시와 공연 등 다양한 문화이벤트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2층 다목적 홀. 세르지오 피로네 제공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에 올해 초 새로 들어선 오션어스 사옥은 그 관행을 어긴 오피스빌딩이다. 언덕길 모퉁이에 날카롭게 뻗어 나온 표면의 흰색 철골 프레임은 잠시 ‘이게 건물인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울퉁불퉁 비껴 얽은 프레임 안쪽의 공간도 무료한 네모반듯함과는 거리가 멀다. 사무 공간, 투명유리 엘리베이터, 해운대 바다를 한눈에 조망하는 지상 3층의 주차장, 전시와 공연을 위한 다목적 홀을 요철 맞추듯 엮었다. 무심한 오피스빌딩 설계의 ‘같은 평면 반복 쌓기’는 찾아볼 수 없다.
설계자인 장윤규 국민대 교수(운생동건축 대표)는 “법규의 테두리를 따라 공간 볼륨이 정해진 것은 여느 오피스빌딩과 다를 바 없다. 다만 ‘어디에서도 비슷한 형태를 찾아내기 힘든 건물을 지어 달라’는 건축주의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주어진 조건에서 실현 가능한 최대한의 비정형을 고민한 결과”라고 말했다.
언덕배기 땅이다 보니 설계대로 복잡한 형태의 표면 프레임을 빚어 앉히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여러 차례 디지털 시뮬레이션을 거친 뒤 철골 부품을 제작해 조립했지만 시공업체의 잘못으로 프레임 안쪽 콘크리트 벽체 거푸집까지 영향을 받게 됐다. 결국 현장에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부재 규격을 계산한 뒤 재조립했다.
외형에 더해 건물 층고에서도 오피스빌딩 건축의 전형을 벗어났다. 법규에서 허용하는 한계보다 2개 층을 낮춰 지은 것. 배후 주택가의 조망권을 침해한다면 커뮤니티 디자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2층의 다목적 홀은 지역 예술가들의 활동을 위해 개방하고 있다.
부산=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