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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중학교 3학년이던 어느 날 “어머니가 주워 오신” 낡은 피아노가 인생을 바꿔놓았다.
실용음악학원에서 노래를 배우던 윤현상은 혼자 피아노를 독학하며 자기만의 음악세계를 만들어갔다.
건반에 음계가 적힌 낡은 피아노를 치기 위해 윤현상은 좋아하는 곡의 악보를 구해 그 아래에 계이름을 쓰고 노래하길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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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노래’로만 이해했던 그는 피아노에 빠져들며 음악적 소양을 풍성하게 쌓아갔다.
2011년 SBS ‘K팝스타’에 출연해 피아노를 치며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를 부른 장면은 그와 피아노의 훌륭한 호흡을 말해준다. ‘천재 싱어송라이터’ ‘제2의 유재하’라는 일부의 칭송은, 그의 어머니가 테이프로 듣던 김광석, 안치환 이문세의 노래들에서 배양된 시적 감성이 밑거름이 됐다.
‘K팝스타’에 출연한 후 아이유가 소속된 로엔엔터테인먼트에 영입돼 3년을 준비한 끝에 10월31일 데뷔 앨범을 냈다.
‘K팝스타’ 동기생들인 박지민 백아현 이하이 이승훈(위너) 등이 방송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데뷔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늦은 데뷔였지만 “답답함을 음악으로 풀었”고, “결과적으로 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시간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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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는 나의 동반자 같은 존재다. 기타는 투박한 매력도 있는 반면 피아노는 섬세하다. 내가 생각하는 피아노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매력이 있는 악기다. 슬픔과 기쁨. 여러 복합적인 감성을 다 표현할 수 있다.”
‘피아노포르테’에는 피아노가 리드하는 곡들이 많다. ‘사랑이 힘들어 멈추는 곳에’는 편곡상 어쿠스틱 기타가 리드하지만, 모두 윤현상이 피아노로 쓴 곡이다. 감미로운 발라드 속에 전자피아노 연주가 돋보이는 R&B 넘버 ‘오늘 밤’은 좀 튀는 노래다.
아이유와 함께 부른 첫 번째 타이틀곡 ‘언제쯤이면’은 애초 윤현상의 솔로곡이었지만, 노래에 반한 아이유의 요청에 듀엣곡으로 앨범에 수록됐다. 윤현상은 “아이유와 작업은 내게 좋은 기회가 됐다”고 했다.
두 번째 타이틀곡 ‘나 평생 그대 곁을 지킬게’는 감정에 음과 언어를 더해 담백하게 노래하는 윤현상의 보컬적 특색과 정서를 대표하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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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상은 곡을 만들 때 노랫말을 먼저 쓰는 스타일이다. “노랫말을 쓰면 멜로디가 떠오른다”는 그는 멜로디에 가사를 얹는 게 아니라, “가사를 멜로디에 실어 전달”한다.
서정적인 노랫말은 대부분 일상에서 마주치는 일들에서 영감을 얻는다.
현재 윤현상이 써놓은 곡은 약 25곡에 달한다. 다른 이에게 곡을 주는 작곡가나 프로듀서가 될 수도 있지만 그는 “남에게 주기보다 우선 내 역량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싶다”고 했다.
“만들어놓은 노래가 여자 감성이면 여가수에게 줄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프로듀서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결국 윤현상이 대중에 기대하는 평가는 ‘뮤지션’이라는 것이었다.
“뮤지션이라는 말을 언젠가 듣고 싶다. ‘싱어송라이터’보다 자기 음악색깔을 갖고 있고, 또 잘 표현하는 뮤지션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스포츠동아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트위터@ziodadi
사진제공|로엔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