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타호 탐사로봇 필래, 혜성 착륙
“터치다운! 제 새 주소는 67P입니다.”
한국 시간으로 13일 오전 1시경 지구에서 5억1000km 떨어진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애칭 ‘추리’)에 착륙한 탐사로봇 필래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으로 전한 첫 메시지다. 가정용 세탁기만 한 필래의 깜찍한 메시지에 세계인은 환호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혜성 착륙에 성공한 감격을 깜찍한 화술로 응축했기 때문이다.
광고 로드중
전날 오후 5시 35분경 로제타호에서 분리된 필래가 7시간 반 뒤 혜성 착륙의 신호를 보내오자 독일 다름슈타트에 있는 ESA 관제센터는 환호와 감격에 휩싸였다. 장자크 도르댕 ESA 사무총장은 “우리의 야심 찬 로제타 계획은 당당히 역사책의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처음으로 혜성의 궤도에 진입했을 뿐 아니라 혜성 착륙에도 처음 성공했다. 거대한 도약이다”라고 표현했다. 미국 CNN은 ‘5억 km짜리 과녁 명중’이라고 보도했다. 정확히는 64억 km짜리 과녁 명중이 맞다. 로제타호가 직선으로 날아간 게 아니라 원형 궤도를 그리면서 우회해 추리를 따라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래의 혜성 착륙은 ‘안착’은 아니었다. “어제는 정말 힘들었어요, 사실상 3차례나 착륙을 했거던요”라는 필래의 이튿날 트위터 메시지에 그 우여곡절이 함축돼 있다.
최대 지름이 4.1km나 되는 추리의 중력은 지구의 10만분의 1 수준. 그래서 착륙 순간에 필래가 튕겨나가지 않게 혜성 표면에 2개의 작살을 쏴서 고정시키도록 했다. 하지만 2개의 작살이 모두 제대로 발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필래는 두 차례나 튕겨나갔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ESA 착륙로봇팀장인 슈테판 울라메크는 13일 오후 필래와 재교신 후 “첫 번째엔 수백 m를 튕겨나가 다시 내려앉는 데 2시간가량 걸렸고 두 번째로 튕겨나간 뒤 7분 뒤에 재착륙에 성공했다”며 “현재는 안정된 상태로 다른 기능은 모두 정상작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착륙 위치가 원래 목표지점인 아질키아에서 벗어나 구덩이에 박힌 것 같다면서 14일 자체 추진력을 이용해 아질키아로 이동시키겠다”고 덧붙였다.
필래는 2, 3일 자체 에너지로 작동하다 이후에는 몸체를 둘러싼 태양전지판에 충전된 에너지를 쓰면서 최소 3개월가량 탐사작업을 벌이게 된다. 46억 년 전 태양계가 만들어질 때 함께 탄생한 혜성의 생생한 지표면 사진을 촬영해 전송하면서 물과 아미노산을 함유한 것으로 알려진 혜성의 암석과 토양을 분석한 데이터도 전송하게 된다. 이 때문에 태양계 진화의 역사와 함께 생명의 기원도 밝혀질지 모른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