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사실관계는 경찰 수사로 밝혀지겠지만 최고위층 출신들이 잇따라 성추행에 연루되는 것 자체가 민망한 일이다. 올 9월에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한 골프장에서 캐디를 성추행해 물의를 빚었다. 박 전 의장은 “손녀딸 같아서 그랬다”는 해명으로 더 큰 분노를 샀다. 손녀딸이 귀여우면 할아버지가 손녀딸 가슴을 손가락으로 찔러도 되느냐는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박 전 의장의 나이가 올해 76세, A 씨의 나이는 70세다. 고령의 남성 ‘갑(甲)’들이 젊은 여성을 추행하는 현실에는 권력과 문화, 노인의 성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다. 2011년 수도권 65세 이상 5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66.2%가 성생활을, 35.4%가 성매수를 하고 있었다. 노인의 성 담론은 금기시되고 있지만 그들에게도 욕구가 있다는 건 분명하다. ‘늙은 말도 홍당무를 좋아한다’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문제는 노인이 성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금력과 권력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권력과 재력을 갖춘 고령자들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굽실거리는 데 익숙해 젊은 여성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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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