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규리-김호정(오른쪽). 동아닷컴DB
‘화장’ 김규리·김호정 배우인생 만감교차
‘우아한 거짓말’ 고아성도 연기성찰 계기
영화 축제의 도시, 부산을 찾은 여배우들이 다시 카메라 앞에 선 벅찬 감동의 표현이자 부족한 연기를 채우고 싶은 열망으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를 바라보는 이들의 눈에 그 의미가 특별히 다가온다. 개막 6일째에 접어든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한 모습이다.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 ‘화장’은 거장의 귀환이란 점에서 이번 영화제의 화제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더불어 주연한 두 여배우 김호정과 김규리의 만만치 않은 연기 변신에도 기대 섞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눈에선 눈물이 멈추지 않았고 “만감이 교차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라 무조건 하고 싶었지만 아파서 죽는 여자라는 걸 알고 못하겠다고 거절했다”며 “그럼에도 누군가 이 역할을 해야 하고, 배우의 운명이 있다는 생각에 아주 담담하게 찍었다”고 돌이켰다.
같은 자리에 있던 ‘화장’의 또 다른 배우 김규리도 눈물을 떨궜다. 2004년 ‘하류인생’과 2008년 ‘미인도’ 등에서 활약한 그는 이후 4∼5년간 스크린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 아쉬움을 털어내려는 듯 ‘화장’에선 직장 상사(안성기)와 교감하는 여자의 모습을 깊이 있게 표현했다. 전라의 노출도 감행했다.
김규리에게 ‘화장’은 이처럼 자극제가 됐다. “매일매일 숙제를 푸는 기분으로 촬영했다”는 그는 “대사가 가진 함축적인 의미를 해석하고 현장에서 나오는 여러 주문을 소화하며 희열 같은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배우에게 부산국제영화제는 자신의 연기를 돌아보게 하는 ‘기회’를 선사하기도 한다. ‘우아한 거짓말’로 부산을 찾은 고아성은 5일 관객과 대화를 나누다 눈물을 훔쳤다. 좋은 연기에 대한 생각을 얘기하던 때였다. 그는 “예술가는 무언가 생산하는 직업”이라며 “앞으로 더 좋은 연기를 계속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부산에서 다시 접한 자신의 연기를 향한 아쉬움의 표현이다.
해운대(부산)|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