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선조∼고종 300년 범죄사건 ‘추안급국안’ 책 90권으로 완역
조선 후기 정치 범죄 사회사 자료인 ‘추안급국안’ 90권은 역모사건의 진실과권력을 둘러싼 다양한 갈등구조가 적나라하게 묘사돼 있어 드라마나 영화의 무궁무진한 소재로 활용이 가능하다. 전주대 제공
추국은 의금부에서 임금의 특명으로 중죄인을 심문하는 일을 말한다. 279건의 범죄사건 기록을 담고 있으며 331권의 필사본 책자로 묶여 규장각에 소장돼 있다. 여기에 수록된 사건 관계의 문서 수만 1만2589건, 사건 연루자가 1만2000여 명이나 된다.
이 사료에는 신분상 양반에서 노비까지, 직업도 관료와 상인, 농민, 궁녀 등이 망라돼 있으며 당대 사회적 모순과 갈등이 적나라하게 묘사돼 있다. 당시 사람들의 사회적 행동양식과 사고방식을 복원하는 데도 중요한 사료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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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번역사업은 2004년부터 한국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이 10억5000만 원을 지원했으며 조선왕조실록을 제외하면 단일 번역서로는 최대 성과물이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10명이 연구진으로 참여했다. 원문 글자 수 약 672만 자에 번역문이 200자 원고지 15만 장이다. 연구자들은 한 달에 한 번 전북 완주군 비봉면 천호동에서 3박 4일간 번역 세미나를 진행했다. 호남의 사학자인 변시연 선생(변주승 소장 부친)과 대전의 이성우 선생에게 어려운 한자를 자문했다. 변주승 소장은 “추안급국안은 다른 역사서에서 지면의 제약으로 서술하지 못했던 내용이 담겨 있다”며 “역모 사건의 진실 규명과 사건 가담자들의 내면, 권력을 둘러싼 다양한 갈등 구조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풍부한 원천 정보원”이라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