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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정부 몸값 뛴 ‘한드’ 집중 규제… 공동제작으로 뚫는다

입력 | 2014-09-15 03:00:00

[대중문화 '차이나 블랙홀']<上>제2의 ‘별그대’ 이젠 불가능




10월 말 SBS와 중국 인터넷에서 동시 방영 예정인 ‘슈퍼주니어 M의 게스트 하우스’는 SBS, SM C&C와 중국 동영상 업체 ‘유쿠 투더우’가 공동 제작했다. SBS 제공

《 제2의 ‘별그대’는 없다. 중국에서 ‘별에서 온 그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은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덕분이었다. 외계인이 주인공인 이 드라마는 중국의 방송 심의를 통과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한국 드라마는 규제가 까다로운 TV 대신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파돼 왔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내년 4월부터 인터넷을 통해 방영되는 해외 드라마와 영화도 허가증을 받도록 하는 규정을 3일 발표했다. 편수도 전체 동영상의 30%로 제한했다. 온라인에서도 규제가 시작된 것. 국내 제작사들은 대안으로 공동 제작에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방송사는 국내 스타 PD와 드라마 작가, 스태프까지 대륙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차이나 드림’이냐 ‘차이나 블랙홀’이냐. 방송업계가 직면한 문제를 2회에 걸쳐 짚어본다. 》  

17일 국내에서 처음 방영되는 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는 중국에서도 ‘동시 상영’된다. 중국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쿠’와 ‘투더우’를 통해서다. 가수 비와 걸그룹 에프엑스의 멤버 크리스탈이 주연인 이 드라마의 인터넷 동영상 전송권은 회당 20만 달러(약 2억 원)에 판매됐다. 올 초 종영한 ‘별에서 온 그대’(4만 달러)보다 5배나 껑충 뛴 액수다.

방송업계에선 중국 정부의 온라인 규제가 “갈수록 비싸지는 한국 드라마의 판권 경쟁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방송 콘텐츠 수출을 담당하는 A 씨는 “드라마 제작사들은 중국에 비싸게 판권을 팔았다고 자랑할 게 아니라 지금은 오히려 쉬쉬해야 할 때”라며 “괜히 중국 정부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올 초에는 중국 미디어산업을 총괄하는 신문출판광전총국이 지방 위성방송에서 포맷을 수입한 프로그램은 연간 1편 이하로 편성하도록 제한했다. 이에 따라 포맷 수출 위주인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엔 ‘나는 가수다’ ‘아빠! 어디 가’ ‘우리 결혼했어요’ ‘1박2일’ ‘불후의 명곡’ 등 10편이 넘는 예능 포맷이 중국에 판매됐지만 올해는 ‘런닝맨’ ‘슈퍼맨이 돌아왔다’ 정도에 그쳤다.

한 방송 관계자는 “중국은 TV 규제가 까다로워 인터넷이 유일한 숨통이었는데 내년부터 온라인 제한 조치까지 생겨 앞으로 콘텐츠 판매는 더 막막해졌다”고 토로했다.

규제 강화 속에서 대표적인 국내 드라마 제작사들은 스타 연출가와 작가를 끼고 중국과 공동제작을 늘리고 있다. ‘해를 품은 달’ 제작사인 팬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중국 최대 미디어그룹인 저장(浙江)미디어그룹과 150억 원 규모의 드라마 ‘킬미 힐미’를 공동제작해 내년 초 MBC와 중국에서 동시 방영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조성준 팬엔터테인먼트 홍보팀장은 “드라마에는 중국 업체의 간접광고(PPL)도 포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빵왕 김탁구’를 만든 삼화네트웍스도 중국 제작사와 손잡고 중국 고전 ‘봉신연의’를 소재로 한 사극을 준비 중이다. ‘신사의 품격’ ‘시크릿 가든’의 신우철 PD가 연출을 맡는다.

신 PD뿐 아니라 국내 최정상급의 스타 작가와 PD들의 중국행은 증가세다. ‘주군의 태양’ ‘최고의 사랑’ 등으로 주가를 올린 드라마작가 ‘홍자매’(홍미란 홍정은)도 중국 시청자를 위한 로맨틱 코미디를 내놓을 예정이다. ‘해품달’의 진수완 작가도 ‘킬미 힐미’로 중국에 진출한다. ‘별그대’의 장태유 PD는 얼마 전 SBS를 휴직하고 중국에서 영화를 제작 중이다. 장 PD는 “국내 유명 작가뿐 아니라 촬영, 미술, 의상 등 국내의 주요 스태프도 참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포맷 수출에 제동이 걸린 예능계도 공동제작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다음 달 SBS와 중국 동영상 사이트인 유쿠와 투더우에서 동시 방송되는 ‘슈퍼주니어M의 게스트하우스’는 SBS와 국내 제작사 SM C&C, 중국 동영상 업체 ‘유쿠 투더우’가 공동 제작했다. 중국 업계도 한국 제작사와의 공동 제작에 적극적이다.

윤재식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책팀 부장은 “중국이 문화콘텐츠산업 성장 속도에 비해 제작 인력과 콘텐츠가 부족하다 보니 문화가 비슷한 한국의 제작인력과 앞선 시스템을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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