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피겨 ISU대회 사상 첫 제패… 김진서도 쑥쑥 커 평창 전망 밝아
김연아가 세계 피겨를 주름 잡고 많은 여자 유망주가 탄생할 때 한국 남자 피겨는 10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했다. 김연아가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2014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을 때 한국 남자 피겨는 올림픽 무대에 서지도 못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이후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남자 피겨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선수층도 얇다. 여자 피겨 선수 수십 명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치열하게 태극마크를 다툴 때 남자 피겨는 5명 이하의 선수들이 겨룰 때가 많았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4년 앞두고 한국 남자 피겨도 희망을 발견했다. 이준형(18·군포 수리고·사진)이 23일(현지 시간) 프랑스 쿠르슈벨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2014 주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203.81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2위 야마모토 소타(일본·195.80점)보다 무려 8점 이상 높은 점수. 한국 남자 피겨 선수가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는 물론이고 ISU 공인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이준형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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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이준형과 김진서는 서로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평창 올림픽의 메달 전망을 더욱 밝히고 있다. 김진서는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남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200점을 넘어 16위(202.80점)에 올랐다. 그리고 이준형이 그 점수를 뛰어넘어 첫 국제대회 우승까지 차지했다.
이준형은 “여자 선수들은 ‘제2의 김연아’라는 소리가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남자 피겨는 아직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둔 선수가 없다. 내가 이제부터라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좋다. ‘제2의 김연아’보다는 ‘제1의 이준형’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