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최고의 사제팀 인터넷 대결 제자 이창호-창하오 23일 대국… ‘창과 방패’ 스승들은 30일 맞붙어
조훈현 9단
1989년 4월 25일자 중국 항저우(杭州)신문 1면에 실린 글이다. 창은 조훈현 9단을, 방패는 녜웨이핑((섭,접)衛平) 9단을 말한다. 제1회 잉창치(應昌期)배 결승 1국이 열리는 날 한중 두 바둑 영웅을 대서특필한 내용이다. 당시 녜웨이핑은 일중슈퍼대항전에서 일본의 내로라하는 고수들을 상대로 11연승을 거두는 등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때였다. 서양에서는 그를 세계 1위로 꼽았다. 반면 조 9단은 국내 1위였지만 중국 일본에서는 변방 1위라고 깎아내리던 때였다. 조 9단은 이날 보기 좋게 첫 승을 거뒀다. 이후 둘은 1-1, 2-2로 팽팽하게 맞섰다. 5개월 뒤 싱가포르에서 열린 최종국에서 조 9단이 불계승을 거뒀다. 세계 바둑의 물줄기를 바꾼 사건이었다. 이후 한국은 바둑의 중원을 장악하게 된다.
녜웨이핑 9단
스승끼리의 대결은 그 일주일 뒤인 30일 오후 10시 열린다. 역대 전적은 9승 6패로 조 9단이 앞서 있다. 두 기사는 1997년 롯데배 한중대항전에서 대국한 이후 근 17년 만에 다시 만났다. 비록 인터넷이지만 연륜이 묻어나는 수담(手談)을 나누게 될 것이다. 우승팀 상금은 2000만 원, 1-1로 비기면 상금을 반분한다.
조 9단은 “지난해 녜웨이핑의 건강이 나빠졌다고 들었는데, 이번에 바둑을 둘 정도로 회복이 돼 정말 다행”이라며 “이젠 서로 나이가 들어 누가 실수를 덜 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