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에서 열린 칠레전을 관전하기 위해 호주에서 날아온 서포터스가 맥주 한잔을 들고 승리를 기원하고 있다. 쿠이아바(브라질)|남장현 기자
1만5000여명 방문…강렬한 열정·응원 인상적
물론 패배는 아쉬웠다. 그러나 승부 이상의 의미를 찾으려 했다. 14일(한국시간) 칠레와의 2014브라질월드컵 B조 1차전을 관전하기 위해 쿠이아바를 찾은 호주팬들이 그랬다.
사실 호주는 왠지 축구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호주의 대표적 스포츠는 럭비와 크리켓. 그런데 놀랍게도 이번 대회 기간 브라질을 찾는 호주인들의 숫자는 1만5000여명(추정)에 달한다고 한다. 실제로 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브라질 상파울루로 향한 비행기에선 자국 축구대표팀을 상징하는 노란빛 유니폼과 티셔츠를 입은 호주인들이 대거 눈에 띄었다.
경기 당일 이른 아침, 상파울루 과룰류스 국제공항에서 아마존 남부의 중소도시 쿠이아바로 떠나는 항공편 탑승을 기다리는 인파 가운데 절반 이상은 호주인들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쿠이아바는 호주인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대부분의 호텔과 호스텔은 만원이었고, 아예 공항 노숙을 택한 사람들도 상당했다. 한국에선 여관보다 못한 객실 하나가 300달러(약 30만원)에 달했지만, 이마저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좁은 호텔 로비 게시판에는 캥거루 그림이 그려진, 누군가가 갈겨 쓴 관전 일정 안내문이 있었다.
자신을 변호사라고 밝힌 호주인 앨빈 마르틴(72)은 “활력을 찾고 싶어 자동차 엔지니어인 아들 부부와 함께 왔다. 솔직히 축구를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나도 모른다. 다만 익숙하지 않은 곳을 여행하며 내가 얼마나 좁은 삶을 살아왔는지 실감하고 있다. 칠레가 훨씬 강한 팀이다. 강자에 약자가 지는 건 당연하다. 지면서 배우고, 도전을 느끼는 건 소득이 없는 게 아니다. 충분히 얻고 간다”고 말했다. 배낭여행객 사라 애런(34)도 “낯선 이와 함께 한다는 느낌이 좋다. 진 건 괴롭지만 평소 전혀 몰랐던 이들이 하나란 감정을 느끼기에 월드컵만한 게 또 있나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쿠이아바(브라질)|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