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강경해진 韓美] “北 핵포기 없인 6자회담 무의미”
북핵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북한과 꾸준히 접촉하며 회담 재개의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북한이 과거와 다름없이 ‘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하며 반발하자 “중국의 중재력이 한계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한미 양국에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 완화를 요구해 왔다. 조만간 열릴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한미 양국은 이런 시점에서 조율된 의사를 다시 한 번 확실하게 밝혀 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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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위 당국자가 진정성과 관련해 “(북한에) 직접 가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은 중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밝힌 점이 중국에 대한 요구라고 볼 수 있다. 이 당국자는 “북한 사람들도 언론을 보고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는 2008년 12월 이후 5년 반이나 공전해 온 6자회담이 의미가 없다는 취지의 한미 양국 합의는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시각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과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면서 핵개발 시간을 벌어준 과거 20년 동안의 잘못을 다시 저지르지 않겠다는 오바마 행정부 출범 초기의 대북정책 방향을 집권 말까지 유지해 빌 클린턴 및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6자회담 등 대화를 통한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면 한국 일본 등 국제사회와 함께 경제 제재와 북한 인근에서의 연합 군사훈련을 강화해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거나 붕괴하지 않는 상황에 대비해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에 힘을 쏟는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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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2·29합의’에서 북한은 핵실험, 미사일 발사와 영변 우라늄 농축 활동을 임시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를 허용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미국은 24t 상당의 영양 지원과 추가 식량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북한이 4월 장거리 로켓(미사일)을 발사함에 따라 이 합의는 깨졌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