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뤼케르트의 시 ‘그대 아름다움을 사랑한다면’입니다. 프랑스 소프라노 나탈리 드세이가 오늘(2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부를 노래 중 한 곡이기도 합니다. 로베르트 슈만의 부인인 클라라 슈만이 곡을 썼습니다.
어? 하고 의아해할 분도 있을 듯합니다. 이 가사는 구스타프 말러의 가곡집 ‘5개의 뤼케르트 노래’ 중 마지막 곡으로 친숙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클라라 슈만의 곡 역시 이에 못지않게 아름답고 완숙한 수법으로 쓰인 노래입니다. 말러의 곡을 잘 아는 분이라면 비교해서 듣는 재미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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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시에 여러 작곡가가 곡을 붙이는 것은 음악사를 통틀어 드문 일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널리 기억되는 것은 대부분 단 한 곡뿐입니다. 독일 문호인 괴테의 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에 나오는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Nur wer die Sehnsucht kennt)’도 슈만을 비롯한 여러 작곡가가 곡을 붙였지만 오늘날엔 차이콥스키가 러시아 번역가사에 곡을 붙인 것만 즐겨 불리고 있습니다. 음악의 나라로 불리는 독일-오스트리아 작곡가들의 굴욕이라고 할까요.
이와 반대로 하나의 곡에 여러 다른 가사가 붙은 경우도 있습니다. 채동선이 곡을 붙인 우리 가곡 ‘고향’이 대표적입니다. 시를 쓴 정지용 시인이 6·25전쟁 당시 북으로 가면서 이 시는 금기의 영역에 속하게 됐고, 이후 이은상 시 ‘그리워’ 또는 박화목 시 ‘망향’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1988년 월북 작가에 대한 해금 조치 이후 이 노래는 세 가지 가사로 두루 불리고 있습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