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과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의 모습을 그린 상상도. 카시니호는 1997년 발사된 뒤 토성 주위를 돌며 여러 사진을 보냈다. 토성의 고리는 여러 개의 고리로 구성돼 있으며 작은 얼음 알갱이가 주성분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 제공
최근 태양계에서 고리를 가진 또 다른 소천체가 발견돼 행성의 고리에 관한 궁금증이 다시 증폭되고 있다. 브라질 국립천문대와 유럽남천문대 연구팀이 발견한 태양계 소천체 ‘커리클로’가 그 주인공. 목성과 해왕성 사이에 있는 작은 천체인 켄타우루스 천체 중 하나인 커리클로가 이중 고리를 두르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 발견됐다.
이로써 고리를 지닌 태양계 행성이 5개로 늘어났다. 커리클로 이중 고리의 반지름은 각각 391km, 405km로 분석 결과 고리에는 얼음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커리클로, 고리 생성 상식 깨뜨렸다
커리클로 고리의 발견이 주목받는 이유는 목성이나 토성처럼 비교적 커서 중력이 센 천체만이 고리를 지닐 수 있을 것이라는 기존 이론이 깨졌기 때문이다.
우선 고리가 다른 천체의 부산물로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기존 이론이 설명하는 고리 생성의 핵심 원인은 중력이다. 인접한 두 천체는 서로 당기는 힘, 즉 중력이 작용한다. 이때 천체를 구성하는 물질의 무게에 따라 당기는 힘이 달라지는데, 이 힘이 가벼운 천체의 중력보다 커질 경우 가벼운 천체는 부서져 버린다. 부서진 천체의 부산물로 고리가 만들어졌을 거란 얘기다.
가벼운 천체가 부서질 수 있는 두 천체 간 한계거리인 ‘로슈한계’도 고리의 원인을 설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다. 달의 로슈한계는 지구 반지름의 1.5배 정도인데,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가 이 로슈한계를 넘어설 정도로 가까워지면 달이 부서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 발견으로 이런 상식이 깨졌다. 커리클로의 지름은 불과 250km. 달 지름의 13분의 1, 지구 지름의 50분의 1 수준이어서 기조력과 로슈한계만으로 고리의 생성 원인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커리클로 고리를 발견한 연구팀은 두 가지 가설을 내놨다. 혜성 같은 천체가 커리클로에 충돌한 뒤 그 파편이 고리가 됐을 가능성, 작은 천체끼리 부딪쳐 생긴 부산물이 커리클로 주변을 돌며 고리를 만들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 화려한 토성 고리는 의문투성이
너비가 약 7만 km에 이르는 화려한 레코드판처럼 생긴 토성의 고리가 생긴 원인은 중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토성과 위성들이 점점 가까워졌고, 토성의 중력을 더 강하게 받아 위성이 토성에 흡수될 때 위성의 표면에 있던 얼음층이 떨어져 나와 토성의 고리를 이루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와 달리 원시태양성운 밖에 존재했던 얼음이 토성의 중력에 붙잡혀 만들어졌다는 연구도 있는데 아직도 토성 고리의 기원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고리가 있었다고 할지라도 태양과 가까워 모두 녹았을 것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감시센터 책임연구원은 “태양계가 불안정할 때 지구 주변의 작은 천체들은 중력으로 사라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만약 지구에 고리가 생겼더라도 태양 때문에 모두 녹았을 것이며 수성이나 금성, 화성도 태양과 가깝기 때문에 고리를 가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vami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