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 연세대 교수·행정학
그런데 나는 그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왜 공직에 출마하느냐고. 도대체 공공선(公共善)을 위해 목을 걸 만한 각오가 되어 있느냐고.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할 열정이 가슴에 불타오르는지 묻고 싶습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선거로 선출되는 공직은 엄중한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명예나 권력욕에 에너지가 이글거리는 사람들이 그럴듯한 분장으로 차지해서는 안 되는 자리입니다. 우리의 공동체를 이상적인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비전의 사람들이 헌신의 열정에 이끌려 나서야 하는 곳입니다.
갑자기 자칭 지역경제 전문가라 하고, 또는 도시계획 전문가라 나서니 당황스럽습니다. 이 좁은 선거구에서도 그런 허구가 통할 수 있다는 게 의아하지만, 그냥 선거철의 관용이려니 생각합니다. 그래도, 민초들의 시선은 따갑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광고 로드중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요? 그냥 정치는 국민 전체의 민도가 반영된 결과일 뿐이라고 체념하고 말까요? 아닙니다. 민선 4기 동안 전국의 기초단체장 230명 가운데 47.8%인 110명이 비리와 위법혐의로 기소됐다는 사실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우리 사회가 투명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도, 이 정도는 아닙니다. 공공성에 대한 신념 없이, 공직을 개인의 명예나 영달을 위한 최종 전리품으로 이용하는 정치 지도자들 때문입니다.
후보께서는 그러지 않으실 것으로 믿습니다. 무엇보다 깨끗하시길 소망합니다. 깨끗하기만 해도, 대학의 학점으로 치자면 A-는 됩니다. 뒷감당이 안 되는 개발공약을 무리하게 할 필요도 없습니다.
요즘은 시장(市長)이 시장(市場)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공직자들이 깨끗하고, 과도한 규제만 하지 않아도 경제는 큰 흐름을 따라갈 것입니다. 그 위에 공동체의 회복과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아이디어를 더하면 되는 겁니다. 스스로 탁견을 품은 게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전문가의 식견을 빌리고 지역의 중지를 모으면 될 일입니다.
아마 뼈를 깎는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뇌물의 유혹을 이기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지역경제와 민생을 살피는 일도, 아마 일주일에 한 끼 저녁 식사조차 집에서 하기 어려운 일정을 요구할 겁니다. 그래도, 살아서는 염근리(廉謹吏)가 되고 죽어서는 청백리(淸白吏)가 되는 건 영광스러운 일 아니겠습니까. 지역의 발전을 일군 진정한 목민관으로 기억된다는 것 또한 멋진 일 아니겠습니까.
광고 로드중
이종수 연세대 교수·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