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 1차 조사 뒤 심경변화… ‘위조’ 자백 金씨, 국정원과 접촉 극도로 꺼려
중환자실 金씨, 곧 일반실로 국정원 협력자 김모 씨가 치료받고 있는 서울 여의도성모병원 중환자실 앞. 김 씨는 죽을 먹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돼 곧 일반실로 옮겨질 예정이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김 씨는 결국 2, 3차 조사에서 “유우성 씨의 출입경 기록 관련 문건은 위조됐으며, 국정원도 그 내용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말을 바꿨다. 앞서 김 씨는 지난달 하순 국내에 들어오는 과정에서도 입국을 자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 씨는 수술 후 식사는 물론이고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아들 외에는 외부인의 면회를 거부하고 있고, 특히 국정원 측의 접근을 극도로 경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 부자를 돕고 있는 보호자로 알려진 A 씨가 밝힌 내용이다.
A 씨 자신도 인터뷰 내내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김 씨 아들과 스마트폰 메신저를 이용해 대화를 나눌 때는 긴장한 듯 수시로 바깥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자메시지도 ‘혹시 쫓아오는 사람 있는지?’ ‘오늘도 (미행이) 붙은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중국 메신저 프로그램을 이용해서만 대화를 나눴다. 확인한 메시지는 바로 삭제했다. “다 도청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A 씨는 “(사건이) 금방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금방 끝날 수가 없다”라는 말을 남긴 채 자리를 떴다.
8일에는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김 씨의 조카’라며 면회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했다. 분홍 마스크에 검은 안경과 모자를 쓴 이 여성은 김 씨 아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몇 년 전 중국 칭다오(靑島) 여행 때 숙박 교통 등의 도움을 받은 뒤 알고 지냈다”고 밝혔다.
현재 중환자실에 있는 김 씨는 당초 7일 오후 일반병실로 옮겨질 예정이었으나 10일로 늦춰졌다. 병원 측은 “일반실로 옮기면 언론에 노출되고 사람들도 만나게 돼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없다는 것이 주치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정원수 needjung@donga.com·강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