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미국 워싱턴에 한국에서 온 지방의회 의원 10여 명이 도착했다. 이들의 7박 8일 미국 방문 일정에서 자신들의 업무와 관련된 것은 의사당 앞에서 사진 찍고 의사당 건물을 둘러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미국 의원들이나 의원 보좌관과의 면담 일정은 처음부터 없었다. 이들은 여행 사흘째 되는 날 전세버스를 타고 관광 명소인 나이아가라 폭포로 달려갔다. 명색이 해외 의정활동 시찰이었지 지방의원들은 처음부터 관광을 하겠다는 작정을 하고 스케줄을 짰다.
현행 안전행정부 규정으로는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의원들에게 연간 1인당 200만 원까지 해외 여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해외 시찰 명목으로 미리 잡아놓은 예산을 그해 사용하지 않으면 다음 해에 불용 예산으로 처리되어 삭감될 가능성이 있다. 올해 6·4 지방선거 직후에 임기가 만료되는 지방의원들이 연초부터 줄줄이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서울 성북구의회 의원들이 관광성 해외 출장에 사용한 경비가 최근 주민감사 청구를 통해 환수되는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2000년 주민감사제가 도입된 뒤 지방의원이 해외에서 부적절하게 사용한 경비를 주민들이 나서 회수하는 것은 처음이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감시와 행동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성북구 주민 206명은 지난해 7월 구의원 해외여행의 적정성에 대한 주민감사를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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