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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창업자 ‘비자 족쇄’ 풀려 일할 맛 나요”

입력 | 2014-01-22 03:00:00

국내 창업비자 1호 ‘제이제이리’ 대표 제이슨 리씨




9일 창업비자 1호 주인공인 제이슨 리 씨가 서울 마포구 창전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외국인등록증을 내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제공

국내 창업비자 1호 주인공이 탄생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외국인의 국내 창업을 촉진하기 위해 ‘창업비자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창업비자를 맨 먼저 발급받은 미국인 제이슨 리 씨(30)는 21일 전화 인터뷰에서 “창업비자를 받기 전에는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3개월마다 해외에 다녀와야 했다”며 “이제는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2월 한국에서 창업했다.

리 씨는 부모님이 모두 한국인이지만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국적이 됐다.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에 들어와 중고등학교는 물론이고 대학도 한국에서 나왔다.

연세대 경영학과 04학번인 그는 대학 창업 동아리 회장을 맡고 창업 관련 학회를 만들며 창업을 준비했다. 평소 정보기술(IT) 분야에 관심이 많아 2012년 스마트폰과 3차원(3D) 컴퓨터에 대한 2건의 특허를 등록하기도 했다.

2011년 졸업한 뒤 글로벌 IT기업에 취직했다. 창업하기 전에 전문적인 경력을 쌓기 위해서였다. 1년 뒤 회사를 그만두고 평소 생각해 둔 디자이너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와 웨딩플래너 기능을 넣은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2월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 이름은 자신의 이름을 따 ‘제이제이리 컴퍼니’로 지었다.

그는 “솔직히 비자 문제 때문에 미국에서 창업할까도 생각했다”며 “하지만 그동안 함께 창업을 준비해온 팀원들과 꼭 함께 일하고 싶어 한국에 남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가 고민했던 이유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둬 취업비자를 더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창업한 외국인을 위한 기업투자비자가 있긴 했지만 평균 4년이 걸리는 벤처기업 인증을 받아야만 발급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창업한 외국인이 발급받을 수 있는 비자는 사실상 관광비자뿐이었다.

비자 때문에 겪는 어려움은 예상보다 컸다. 3개월마다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일본을 5차례나 다녀왔다. 관광비자로 한국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이 최대 3개월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리 씨는 “오전에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한국으로 돌아온 적도 있다”며 “사업에만 집중해도 바쁜데 비자 때문에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게 너무 답답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관광비자로는 4대 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금융 거래를 하는 데도 제약이 많았다.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서 창업한 게 후회스러울 정도였다.

지난해 12월 미국행을 고민하던 가운데 외국인 창업비자 제도를 도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바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달려가 창업비자를 신청했다. 창업비자를 받으면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1년마다 비자를 갱신할 수 있고 4대 보험 가입, 금융 거래도 가능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IT가 발달해 있는 한국에서 창업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이 제 주변에도 많아요. 앞으로 창업비자를 받는 외국인이 점점 늘어날 겁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