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선소감
불쑥 찾아온 ‘희망’… 이젠 믿음이 생깁니다
이소영 씨
새벽 2, 3시쯤 되었을까요. 한참 쓰고 있는데 방에서 남편의 코고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는데 그 순간 떠오른 사실! 지금 남편은 출장 중인데!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이런 제 모습을 누가 봤다면 분명 “네 시나리오보다 네가 더 무섭다!” 했겠지요. 제가 기억하지 않으면 없던 시간이 됐을지 모를 그 시간을 현실로 불러와 주신 심사위원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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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베이스캠프였던 심산스쿨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같은 길을 걸어준 글동무들과 오랜 세월 함께해 준 ‘패밀’에게 고맙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부모님과 가족에게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비로소 마음을 전합니다. 곁에서 저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동행에게 제게 허락된 모든 기쁨을 바칩니다. 이런 날은 이렇게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오는 거라는 걸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1974년 서울 출생 △한국외국어대 스페인어과 졸업
● 심사평
캐릭터 신선… 공포 장르 내공-필력 느껴져
이번 시나리오 부문 본선 진출 작품은 모두 10편이다. 작품 편차가 들쑥날쑥해 심사위원들은 전체적인 수준이 예년보다 매우 낮다는 공통된 평가와 함께, 당선작 없음을 한동안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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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희의 ‘왕의 목소리’는 연산군 시대를 배경으로 ‘패왕별희’ 같은 동성애 삼각관계를 다루고 있다. 중종반정의 주역인 박원종의 ‘쿠데타’ 플롯을 한 축으로 설정해 수정하면 좀 더 좋은 시나리오가 탄생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진우의 ‘심장에 남는 사람’은 작가의 안정적인 필력이 돋보였고 이야기가 순하고 곱지만, 실화에 입각해서인지 너무 신파적이었고 소재의 신선함도 아쉬웠다. 최지운의 ‘미드나이터’는 따뜻한 인물과 소재와 설정의 신선함은 좋았지만 ‘중경삼림’의 기시감이 들었다.
잘 쓴 시나리오는 많지만 선택받지 못하는 이유도 분명히 있다.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새롭고 신선한 소재 선택과 기획력을 키워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주필호 주피터 필름 대표·이정향 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