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시즌 소진 가슴앓이
이 부장은 “직속 상사들이 모두 연차를 사용할 생각을 하지 않는데 나만 마음 편하게 쉴 수는 없다”며 “남은 연차를 올해 안에 다 쓰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털어놓았다.
연말을 맞아 남은 연차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연차는 12월 말일까지 다 쓰지 않았다고 해서 다음 해로 이월되지 않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자는 근무 첫해의 80% 이상을 출근하면 15일의 유급 휴가를 받을 수 있다. 이후 2년마다 1일씩 늘어 최대 25일까지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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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국내 일부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을 중심으로 연말에 연차를 모두 소진하도록 독려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이 대부분이다. 특히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은 직원들의 휴가가 곧바로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고, 연초에 세운 실적을 달성하지 못한 기업들은 연말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한 해의 성과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연차를 다 쓰지 못하는 직원들은 대개 연차수당으로 보상을 받는다. 그러나 일부에선 이마저 ‘그림의 떡’이라고 말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 과장은 “휴가계획서만 제출하고 실제로는 근무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일은 일대로 하고 연차수당은 사라져 일할 맛이 안 난다”고 말했다.
정부는 연차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법에 연차 사용 촉진 제도를 두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회사는 연차 휴가가 소멸되기 6개월 전에 근로자들에게 남은 연차 일수를 서면으로 알려주고 언제 쓸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근로자가 연차 사용계획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연차 소멸 2개월 전에 한 번 더 서면으로 촉구해야 한다.
최우정 리더스노무법인 노무사는 “연말이면 연차 사용과 수당 지급 문제로 상담을 요청해오는 직장인이 많다”며 “회사에서 연차 사용 촉진을 위한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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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