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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춘천 금병초교 학부모들의 지역 사랑

입력 | 2013-12-09 03:00:00

학생들과 경로당 찾아 공연




6일 오전 강원 춘천시 신동면 증1리 경로당이 시끌시끌하다. 노래와 악기 연주, 박수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곳에서는 금병초교 학부모회가 학생들과 함께 인근 어르신들을 위해 마련한 작은 공연이 열렸다.

이날 공연은 학교가 아닌 학부모회가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학부모회는 올해 처음 지역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금병장터를 운영한 데 이어 이날 평소 갈고닦은 실력을 어르신들 앞에서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날 공연의 관객은 마을 노인 20여 명. 정식 공연장이 아닌 데다 적은 관객을 대상으로 했지만 무대에 선 사람이나 관객 모두 즐거운 자리였다.

학생들의 리코더 연주와 댄스 공연에 이어 어머니들은 플루트 연주와 동화 읽어 주기로 어르신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캐나다인 소리꾼으로 유명한 라이언 캐시디 한림대 교수(42·국제학부)와 그의 아들 김기인 군(10·금병초 3)의 연이은 판소리 무대. 부자는 각각 춘향가의 한 대목을 구성지게 불렀다.

공연에 이어 레크리에이션 시간도 진행됐다. 어르신들은 학부모의 진행에 맞춰 체조를 따라 하고 게임을 즐기며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모든 순서가 끝난 뒤에는 어머니들이 준비한 푸짐한 음식을 나누는 시간도 마련됐다.

박윤배 씨(68)는 “모든 순서가 재미있어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며 “특히 우리도 잘 못하는 판소리를 외국인이 하는 것을 보니 신기하면서도 감탄스러웠다”고 말했다. 이광순 금병초 학부모회 회장(44·여)은 “예전에는 시골학교 운동회가 지역 주민과 하나 되는 자리였는데 학생들이 줄면서 학교와 지역을 연결해 줄 행사가 거의 사라진 것 같다”며 “실력은 부족하지만 지역 화합 차원에서 정성껏 준비했는데 어르신들이 좋아해 우리도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