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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총재 “열번 찍어 해결못할 빈곤 없지요”

입력 | 2013-12-04 03:00:00

김용 세계銀 총재 용강中 특강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강중에서 강연을 마친 뒤 학생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강연 뒤에는 사인을 받으려는 학생들이 김 총재 주위를 둘러싸기도 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한국 속담으로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하지요. 세계의 빈곤을 끝내는 것이 세계은행 전체의 목표입니다. 하면 됩니다.”

인천 송도 세계은행 한국사무소 개소식을 기념해 조국을 찾은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강중학교 강당에서 학생 150여 명을 만나 이렇게 강조했다.

김 총재는 세계은행의 역할과 추진 사업을 설명하고 아프리카의 경제개발과 보건 현황, 세계 빈곤과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학생들에게 심어주는 데 강조점을 뒀다. 세계은행을 이끄는 총재로서, 또 꿈을 이룬 인생 선배로서 학창시절 경험도 나눴다.

먼저 서울에서 태어나 5세 때 미국으로 이민 가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보낸 학창시절을 설명했다. 김 총재는 “소수인종 차별을 받았다. 내가 누구이고 한국인으로 내 역할은 무엇일까를 항상 고민했다. 내 진짜 열정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가 “부모님은 내가 공부를 굉장히 열심히 할 것을 원했지만 나는 늘 스포츠를 했다”고 말하자 학생들 눈이 반짝였다. ‘풋볼에서는 쿼터백을 맡았다’ ‘농구에서는 가드를 했다’는 말에 학생들은 탄성을 질렀다. 김 총재는 “어릴 때는 프로 풋볼 선수가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내 얼굴을 보면 웃기는 생각”이라고 했다. 학자 이미지를 풍기는 모습을 가리킨 듯했다.

부모의 교육철학도 언급했다. 그는 “치과의사였던 아버지로부터 현실적인 것을 배웠고 퇴계 이황을 연구한 어머니로부터는 더 큰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고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의 인연도 언급했다. 그는 “2002년 이 총장을 만나 함께 아프리카에 있는 에이즈 환자 300만 명을 치료하자고 했다. 전부 우리더러 미쳤다고 했지만 이 프로젝트는 현재까지 700만 명의 환자와 감염자를 치료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언급하며 “우리는 평화의 부재, 갈등이 모두 빈곤에서 시작된다는 것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정말 빈곤을 끝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2030년까지 하루 5달러 이하로 사는 극도의 빈곤을 끝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학생들에게 “단순히 잘 먹고 잘사는 게 아니라 인생에서 더 큰 목표를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앞서 김 총재는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오찬간담회에서 “국내 기업들이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에티오피아 총리가 새마을운동을 물어볼 정도로 아프리카에서는 한국의 성장모델에 관심이 많다”며 “한국 기업들이 사업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서라도 아프리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북핵 문제 등 정치적인 문제의 돌파구가 마련된다면 세계은행도 북한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영 aimhigh@donga.com·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