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파른 하락세… 연중 최저점 깰듯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5.0원 내린 1055.8원에 마감했다. 올 1월 이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조만간 연중 최저점인 1054.7원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장기적으로 세 자릿수 환율을 나타냈던 2008년 초 수준으로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원-엔 환율은 이미 24일 종가 기준으로 100엔당 1079원을 기록해 2008년 9월 수준까지 떨어졌다.
최근 환율 하락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경상수지 흑자가 장기간 누적되면서 외국인자금이 국내 증시에 물밀 듯이 몰려들고 있다. 달러화를 원화로 바꿔 주식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이 늘다 보니 원화 수요가 많아져 원화가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외국인은 25일에도 증시에서 2000억 원 이상을 사들여 이날까지 39거래일 연속 순매수 기록을 보였다.
광고 로드중
외환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정부는 지난주 공식 구두개입을 통해 “투기적인 요인이 없는지 경계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상황에 따라 외환당국이 추가 개입에 나설 가능성은 있지만 환율 하락의 대세를 막을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향후 세계경제가 좋아지면 수출비중이 높은 한국이 가장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며 “여러모로 환율이 오를 요인은 안 보이고 내릴 요인만 많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환율은 여러 가지 변수가 있어 하나하나의 움직임보다는 시장을 주시해야 한다”며 “요즘 수출경쟁력이 가격경쟁력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마케팅이나 품질도 있고, 해외 생산도 많다”고 말했다.
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