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박스 속 시신 ‘베이비 호프’ 명명끈질긴 탐문수사 끝 사촌오빠 범인 검거
미국 뉴욕 경찰국이 22년 전 살해된 유아 살해범을 잡기 위해 매년 배포한 유인물. 뉴욕 경찰국은 이름을 모르는 피해 유아의 얼굴 사진 밑에 반드시 범인을 찾아내 처벌하겠다는 취지로 ‘베이비 호프’ 라고 적어 놓았다. 뉴욕타임스
당시 용의자는 물론이고 피해 유아의 신분조차 확인할 수 없었던 뉴욕경찰국(NYPD)은 뉴욕 시민들에게 다짐했다. ‘살해범과 유아의 실명을 밝혀 낼 때까지 수사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상징적인 의미로 살해된 유아의 이름을 ‘베이비 호프(Baby Hope)’로 지었다. 경찰이 세워준 묘비에도 이름을 ‘베이비 호프’라고 새겼으며, ‘정보가 있으면 언제든 아래 번호로 연락해 달라’고 적었다. ‘베이비 호프’ 미제 사건의 시작이었다.
NYPD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에서 4세 유아를 살해하고 유기한 용의자를 22년 만에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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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붙잡힌 용의자는 유아의 사촌오빠였던 콘라도 후아레스(52)로 밝혀졌다. 당시 30세였던 그는 함께 거주했던 피해 유아를 성폭행한 뒤 살해하고 다른 친척의 도움을 받아 아이스박스에 넣어 유기했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시신 유기를 도운 다른 친척은 이미 사망한 상태라고 밝혔다. 사건 해결과 함께 숨진 유아의 이름도 밝혀졌다. 안젤리카 카스티요였다. NYPD는 아이의 진짜 이름을 찾아주겠다는 약속을 22년 만에 지켰다.
여아가 살해될 당시 어머니는 생활고로 딸과 떨어져 살고 있었고 딸은 아버지 아래서 멕시코 이주자 가족들과 함께 거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비슷한 시기 아버지도 범죄를 저질러 투옥되면서 부모 모두 딸의 실종 사실조차 몰랐을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