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가 영혼 팔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선비다운 품격-탁월한 식견 투철한 역사의식 갖춰야 그들의 영혼 관료제에 용해돼 가치-보람 창출하게 하는 것은 결국 국가 지도자의 책임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 국민대 명예교수
알다시피 이 표현은 원래 관료제에 관하여 탁월한 연구업적을 남긴 독일의 막스 베버가 관료란 근본적으로 몰인정적(沒人情的·impersonal)이라는 전제하에 합법적으로 제도화된 그 몰인정적 질서에 명령과 복종의 계층제를 형성한 것이 바로 오늘날의 관료제라고 보는 시각과 연관된다.
따라서 관료란 영혼을 버려야 출세가 빠르며 공공의 이익을 위한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영혼을 팔게 되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다는 세론(世論) 또한 이러한 시각과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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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대한민국 관료에게는 헌법적 가치로 표출된 국가적 정체성에 대한 투철한 의식과 공인(公人)적 자존감을 지녀야 함이 전제될 것이다. 또 당연히 맡은 바 업무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토대로 한 균형감각과 그 성취를 위한 남다른 열정을 필요로 한다고 보아야만 한다.
대다수 국민들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하여 이제 단순한 술(術)이나 기(技)보다 원칙에 충실하고 덕을 갖춘 관료를 더 높이 보고 있다. 또 묘수보다는 선책(善策)이, 일방적 ‘받아 적기’보다는 상호적인 ‘귀담아 듣기’가 더 국리민복에 유익하다는 사실도 이미 잘 알고 있다.
직무에 대한 전문성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관료라면 당연히 겸허한 몸가짐과 통찰력 그리고 복잡한 행정을 이끌어 가기에 부족함이 없는 역사의식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많은 국민들이 작고한 남덕우, 김재익과 같은 탁월한 식견을 갖추었던 지도적 경제관료나 이춘구, 김황식과 같이 겸허하고 담백한 자세로 행정적 소임을 완수하고자 노력했던 인사들을 비교적 오래, 그리고 긍정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국민적 평가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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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관료에게는 관료제 자체가 요구하는 역할과 책임이 있다. 관료의 영혼은 숨겨두어야 하며, 그의 경륜이나 소신도 당연히 관료제의 틀을 통하여 반영해야만 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관료의 영혼이 관료제의 틀 속에 자연스럽게 용해되어 그 충성심·능률성과 민주성·소통력이 상승적인 가치와 보람을 창출토록 할 책임은 결국 행정부를 이끌고 있는 국가 지도자에게 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 국민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