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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회 전국기능경기대회 폐막식이 열린 7일 강원 춘천시 강원대에서 ‘삼성 후원상’을 받은 5명의 선수들이 송지오 삼성전자 고문(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이승준 사원(20)은 2011년 입사해 올해 7월까지 남들처럼 출근 후 맡은 일을 하는 대신 맹훈련을 받았다. 매일 오전 8시부터 밤 12시까지 사업장 고참 선배들을 교사로 모시고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대비해 훈련을 거듭했다.
전북기계공고 출신인 이 씨는 고교 3학년 때 7개월 동안 집에도 가지 않고 전국기능경기대회 준비에 매달린 끝에 2011년 10월 은메달을 획득했다. 기쁜 소식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삼성전자 인사팀에서 “삼성에서 더 훈련을 받아 국제기능경기대회에도 나가고 정식 직원으로 근무해보지 않겠느냐”는 ‘러브콜’을 받은 것이다. 그해 11월 삼성전자에 특채로 입사한 그는 고된 훈련 끝에 올해 7월 독일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뤘다.
이 씨는 대회를 마치고 8월부터 삼성전자 제조기술센터 중대형금형그룹 프레스 밀링파트 가공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전문적 기능인으로서의 길을 계속 걸을 수 있도록 회사에서 지원해준 덕에 국제대회에서도 상을 받을 수 있었다”며 “그동안 흘렸던 땀을 잊지 않고 어리지만 풍부한 기술 경험을 앞세워 현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둔 200여 명의 기능인을 특별 채용해왔다. 지난해에도 수상자를 포함해 60여 명을 뽑았다. 이들은 모두 입사 후 이듬해 국제기능경기대회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받는다. 오로지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업무에서 제외해주고, 사업부 현장의 고참 직원들이 일대일로 붙어 1년여 동안 돕는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기능인 육성과 채용에 힘을 쏟는 이유는 우수 기능 인력의 확보가 현장의 기술 경쟁력 강화와 직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부회장의 주도로 삼성전자는 2007년부터 전국기능경기대회와 국제기능올림픽대회를 공식 후원해왔으며 선수 개개인에 대한 지원도 이어왔다.
이 부회장은 2009년 9월 국제기능올림픽대회가 열린 캐나다 캘거리를 방문해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을 격려하며 “금형, 사출, 선반 등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을 챙겨보고 싶어 기능 인력 후원을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올해 국제기능올림픽에는 이 씨를 포함한 삼성전자 직원 12명이 출전해 전원이 금메달 6개와 은메달 2개, 우수상 4개 등을 따내 한국이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삼성전자 측은 “전체 국가대표 41명 가운데 삼성전자 소속이 12명이었다”며 “출전한 12명이 모두 상을 받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 사업장마다 기쁨에 겨워 축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 밖에 삼성그룹은 계열사별로 추진해오던 기능경기대회를 2008년부터 ‘삼성기능경기대회’로 확대해 내부적으로도 기능인 육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