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터 방불 서해EEZ 현장
9월 28일 전남 신안군 가거도 서남쪽 해상에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이 합동단속을 시작하자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어선 17척(오른쪽)이 무리를 지어 저항하고 있다. 큰 깃발을 세운 우두머리 어선(원 안)은 어선들을 이끌고 단속을 방해했지만 무궁화 31호(왼쪽)는 물대포를 쏘며 이들을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으로 밀어냈다. 서해어업관리단 제공
무궁화2호 진모 선장(54)은 망원경으로 중국 어선들을 자세히 살펴봤다. 선실 쪽에 붙은 어업허가 표지판이 엉성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중국 어선 일부가 불법 조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한 무궁화2호 직원 7명이 고속단정을 타고 출동했다.
잠시 후 고속단정이 거센 파도를 헤치고 중국 어선이 떼 지어 있는 해상에 도착했다. 중국 어선 관계자들은 2m 높이의 철판을 선체 좌우에 성벽처럼 세운 채 단속반원들의 승선을 가로막았다. 철판 위에는 20∼30cm 높이의 날카로운 쇠꼬챙이가 꽂혀 있었다.
이날 오후 2시 반, 무궁화2호는 고속단정을 다시 출동시켜 2차 승선을 시도했다. 단속반원들이 어렵게 요장어 85097호(80t급)에 올라 조사한 결과 한국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조업을 허가받은 어선이었지만 허가받은 그물(간격 5cm)보다 촘촘한 그물(4cm)을 불법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궁화2호는 요장어 85097호에 밧줄을 묶어 가가도 항구로 나포하기로 했다.
무궁화2호는 해경과 해군에 SOS를 요청했지만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했다. 해경 경비함 등이 교대 근무 때문에 주변 해상에 없었기 때문. 결국 무궁화2호는 충돌 위험이 높아지자 나포하던 요장어 85097호의 밧줄을 풀어 줄 수밖에 없었다.
무궁화2호가 위기에 몰렸다는 소식을 접한 무궁화5호(500t)와 31호(500t)는 28일 0시경 충남 해역에서 가가도 해역으로 급파됐다. 이들은 28일 낮 12시부터 가거도 서남쪽 75km 해상에 운집해 있던 중국 어선 합동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중국 어선 17척은 거대한 띠를 만들며 저항했다. 무궁화호 3척은 중국 어선 17척을 한국 측 EEZ 밖 잠정수역으로 밀어 내는 협공 작전을 펼쳤다.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저항이 격렬해지자 무궁화31호는 물대포를 쏘며 압박했다. 결국 28일 오후 3시 중국 어선 17척을 최초 단속 지점에서 37km 떨어진 잠정(공동)수역으로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나머지 130여 척은 단속 과정에서 흩어졌다. 불법 조업 단속 31시간 만이었다.
신안=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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