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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이순자 육성 토로 “우리는 세상과 싸울 힘도 의지도 없다”

입력 | 2013-08-23 14:32:00


1980~1988년 우리는 '전두환발(發)' 뉴스를 들어야 했다. 9시 시보 직후 앵커맨이 “전국의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고 뉴스 시작을 선언하자 마자 “전두환 대통령은~”으로 시작하는 첫 뉴스를 내보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 패턴이 식상해서 ‘땡전뉴스’라고 불렀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관련해 지금은 ‘검찰발(發)’ 뉴스만 듣고 있다. 금속탐지기까지 들고 가 그의 집을 압수수색하고, 그의 자녀 집에서 고가품을 압류하고, 그의 처남을 구속한 검찰만 ‘오직’ 그에 대해 이야기한다. 땡전뉴스가 나오던 시절엔 그의 부지런함을 격찬한 ‘딸랑이’가 즐비했다면 지금은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는 식의 ‘검비(檢飛)어천가’만 들려온다.

그런데 왜 전두환은 말이 없을까. 압수수색 날 그는 “수고가 많다. 전직 대통령이 이런 모습만 보여줘 국민에게 면목이 없다”고 했다니, 그는 매개가 없어 묵묵히 침묵하고 있는 것으로 비치는지도 모른다. 그가 권좌에 있던 시절 ‘언로(言路)’가 없었던 민중들처럼.

그는 어떻게 살아왔을까. 기자는 2011년 3월 그와 면담 약속이 잡힌 과학자들 사이에 끼어 연희동을 찾아갔다. 그날 기자의 눈에 비친 것은 ‘전통’이 아닌 ‘노인 전두환’이었다.
여든을 넘긴 노인치고는 건강했지만 그는 남의 이야기를 오래 들어주는 집중력을 보이지 못했다. 여느 노인과 마찬가지로 과거에 싸여 살고 있는 듯했다. 과학자들이 그가 집권시절에 이룬 성과를 이야기하자 그는 불쑥 ‘그때 그 시절’을 회고했다. “차지철이 금마(그놈아)를, 왜 각하(박정희)께서 총애했는지 몰라….”

그는 당시 레이건 미국 대통령, 나카소네 일본 총리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고,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를 살려냈다고 자부했다. “레이건 대통령이 나를 아주 좋아해, 대통령 한 번 더 하라고 했어. 내가 꼭 단임을 해야 한다고 물러나자, 전용기를 보내줄 테니 미국을 다녀가라고 했어. 노태우가 그것을 아주 싫어했지. 나카소네 총리는 얼마 전 우리 집에 왔었는데 상노인이라 마당 계단을 못 올라와 부축을 받았어. 그러나 나는 건강해서 잘 다녀.”

이순자 여사는 식사시간에 등장했는데, 그때 이 부부가 ‘유폐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이 여사는 ‘불청객’을 붙잡고 이런저런 호소를 했다.
“각하가 대통령을 하기 전 우리 GNP가 180억 달러였는데, 퇴임하던 해에는 600억 달러가 넘었어요. 그런데 언론은 이러한 것은 보지 않고 자꾸 나쁜 것만 보고 있어요. 이제 우리는 세상에 맞설 힘도 의지도 없는데….”

이정훈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자세한 내용은 시판 중인 신동아 9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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