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주 사회부 기자
이 합창단은 15일 제6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쿠바 사회주의 혁명가 체 게바라의 얼굴, 영문 이름이 새겨진 검은색 반팔 티셔츠를 입고 공연을 하다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상황에 대해 합창단 지휘자 이모 씨(42·여)는 “광복절 공연에 입을 반팔 셔츠가 은빛과 검은색 두 벌밖에 없었다”며 “그나마 은빛 셔츠는 해어졌고 수량이 부족해 단원 48명이 함께 입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체 게바라 검은색 셔츠는 6월 ‘나는 여기 있었네’라는 음악극 공연 당시 학부모들이 구입해준 것이라고 한다.
광고 로드중
광주문예예술회관은 논란이 불거진 뒤 여러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일부는 “광복절 기념식에 체 게바라 셔츠를 입힌 것은 합창단과 공연을 자신이 신봉하는 특정 이념의 홍보수단으로 여기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일부 출향인사들은 “일부에서 광주를 이념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경향이 있는데 왜 실수를 했냐”고 질책했다. 광주문예예술회관은 23일까지 진상을 파악한 뒤 이달 말까지 7명으로 구성된 징계위원회에서 이 씨의 징계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하지만 “징계를 하는 것은 예술의 자유를 침범하는 것”이라는 반론도 강하다.
소년소녀합창단은 광복절 기념공연을 위해 7월 말부터 20일 동안 매일 연습을 했다. 광주문예예술회관 관계자는 “어린이들이 광복절 기념공연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연습했는데 뜻하지 않은 해프닝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돼 충격을 받고 있다”며 “중요한 행사에서 적절치 않은 의상으로 논란을 빚은 것은 잘못이지만 실수로 일어난 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이념적으로 확대해석하거나 과잉 대응하는 건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주 사회부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