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 박인비. 사진제공|IB월드와이드
■ 경기를 지배하는 의지의 박인비
나비스코, 압도적 기량에 경쟁자 자멸
LPGA 챔피언십, 3차 연장 고비 넘겨
US여자오픈, 흔들림 없는 침착함 절정
“LPGA 역사에 내 이름을 올릴 수 있어 영광이다.”
US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 마지막 18번홀에서 박인비의 파 퍼트가 홀 안으로 떨어지는 순간 환호와 함성이 터졌다. 63년 만에 나온 대기록 달성을 모두가 축하했다.
LPGA 투어의 역사로 남을 박인비의 메이저 우승을 되돌아 봤다.
● 시작이 된 나비스코 챔피언십
역사의 시작은 4월 8일 끝난 나비스코 챔피언십이다. 박인비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미션힐스 골프장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합계 15언더파 273타를 치며 정상에 올랐다. 2008년 US여자오픈에 이어 자신의 두 번째 메이저 우승이었다.
우승까지 가는 길은 편했다. 뚜렷한 경쟁자도 없었다. 단독 2위였던 리제트 살라스(미국)는 첫 우승이라는 부담 때문이었는지 1번홀부터 더블보기를 적어내며 무너졌다.
● 위기를 넘긴 LPGA 챔피언십
시즌 첫 메이저 우승과 달리 두 번째 메이저 우승은 위기가 많았다.
6월 10일 미국 뉴욕주 피츠퍼드 로커스트힐 골프장에서 열린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박인비는 17번홀까지 1타 차 단독 선두를 달려 메이저 연속 우승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마지막 18번홀에서 뼈아픈 보기가 나오는 바람에 ‘베테랑’ 카트리나 매슈(스코틀랜드)에게 연장을 허용하고 말았다.
연장 첫 홀과 두 번째 홀에서는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어진 세 번째 연장에서 박인비는 버디를 잡아내 매슈를 꺾고 메이저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박인비의 침착함이 긴장감을 이겨낸 멋진 승리였다.
LPGA 투어에서 메이저 대회 연속 우승은 2005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LPGA 챔피언십을 연속으로 제패한 이후 8년 만의 기록이었다.
● 지배력이 돋보인 US여자오픈
US여자오픈에서는 박인비의 탁월한 경기 지배력이 돋보였다. 첫날 2위로 출발한 박인비는 2라운드에서 단독 선두로 나선 뒤 한번도 1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또한, 도전자들의 추격이 계속될수록 그는 더 침착했다.
큰 위기는 없었다. 그러나 한번 흐름을 놓치면 다시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은 게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
첫 위기는 3라운드에서 나왔다. 11∼13번홀까지 연속보기를 적어내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박인비는 위기 뒤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3번과 14번홀 연속 버디를 성공시키며 금세 자신의 위치를 되찾았다.
함께 경기를 펼친 김인경은 “박인비는 부담감을 극복하는 방법을 안다. 그런 선수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