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테라포밍에 성공하면 제한된 범위에서 인간의 거주가 어느 정도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러스트 박장규·과학동아 제공
화성의 현재(위)를 테라포밍해 사람이 살 수 있는 행성(아래)으로 만드는 과정을 보여 주는 상상도.
슈퍼맨의 탄생을 다룬 최근 개봉 영화 ‘맨오브스틸’에서 크립톤에서 반역을 도모한 장군의 한마디다. 곧이어 거대한 우주선 2대가 뉴욕 도심과 정확히 그 반대편 지구에 각각 착륙해 거대한 중력장을 발생시켰다. 이를 본 미국 국방부 지휘관은 한마디를 내뱉는다. “테라포밍이야!”
‘테라포밍’은 영화에서만 나오는 가상의 기술이 아니다. 외계 행성을 지구인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는 것을 과학자들은 테라포밍이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은 달을 비롯해 금성, 수성, 화성 등을 지구와 유사한 환경으로 바꾸는 방법을 고민해 왔다.
○ 박테리아부터 정착시켜라
테라포밍의 1단계로 많은 연구자는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을 먼저 정착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행성을 미생물로 뒤덮으면 유기물질이 쌓이고 산소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미생물은 극저온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다. 수천 년 전 고대 이집트 미라의 조직이나 수십만 년 된 빙하에 보존됐던 박테리아가 다시 번식한다는 연구 결과를 봐도 알 수 있다. 이론상으로 미생물이 먼저 정착해 복잡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산소 생성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0년 영국 오픈대 찰스 코크웰 교수는 시아노박테리아가 우주 공간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시아노박테리아는 광합성으로 산소를 만드는 미생물로 지구 생성 초기에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앞서 미항공우주국(NASA) 에임스연구센터는 2001년 화성에서 살기에 가장 적합한 박테리아로 ‘크루코시다이옵시스(chroococcidiopsis)’라는 종을 지목한 바 있다.
지구와 가장 유사한 환경이라고는 하지만 화성의 평균기온은 영하 60도, 최저 기온은 영하 125도까지 내려간다. 이 때문에 화성 테라포밍을 위해서는 대기 온도를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과학자들은 지구에선 골칫거리인 온실가스를 화성에 인위적으로 만들어 주면 온실 효과로 태양 복사에너지를 화성 표면에 가둬 기온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온실가스를 만드는 데는 화성 극관에 묻힌 대량의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실행하기엔 무리가 따르지만 극관의 드라이아이스에 큰 충격을 가하면 열을 발생시켜 드라이아이스를 이산화탄소로 바꿀 수 있다. 이렇게 공급되는 이산화탄소가 온실효과를 내 화성 지표 기온을 서서히 높일 수 있다는 말이다.
○ 문제는 우주 방사능
미래의 이야기지만 화성 테라포밍에 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다. 그럼에도 문제는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방사능이다.
또 우주 방사능이 화성 지표면으로 그대로 유입되기 때문에, 생물체에 어떤 돌연변이를 만들거나 유전적 변화를 일으킬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이 밖에도 각종 우주 소립자에 대한 영향, 중력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비로소 화성은 사람이 살 수 있게 ‘테라포밍’이 끝난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min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