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와 정조의 공통점은 모두 대(大)학자였다는 점이다. 영조는 신하들과 토론할 때 주류 학문인 성리학에 무게를 두면서도 이전 군주들이 꺼렸던 진보적 사상까지 폭넓게 다뤘다. 정조가 남긴 저술인 홍재전서는 184권 100책으로 이뤄진 방대한 분량이다. 두 군주는 예술적 안목도 탁월했다. 정조가 사직단에서 제례를 올릴 때의 일화다. 정조는 제례악이 연주되자 신하를 불러 “음악이 이상하다”며 사정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연주해야 할 음(音)을 빠뜨리고 있었음이 밝혀졌다. 조선의 르네상스는 통치자의 문화적 관심과 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나라에서 ‘문화 대통령’이 탄생하기는 쉽지 않다. 문화 분야는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십상이고, 잘못 문화행사에 참석했다가는 구설에 오를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9월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를 보러 갔다가,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1년 1월 뮤지컬 ‘영웅’에 갔다가 비판에 직면했다. 노 전 대통령이 관람 중일 때는 태풍이 강타한 시점이었고, 이 전 대통령은 구제역 파동이 벌어지고 있을 때였다. 이런 우려나, 스스로 문화를 모르는 탓에 대통령의 문화행사 참석은 드물었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