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내게 꿈을 준 소중한 존재”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개최한 신문논술대회 참가자들은 신문에 담긴 콘텐츠가 유용한 학습자료였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경기 성남시 수내중 학생들이 서울 중구 한국언론재단의 신문제작 체험 교육을 마친 뒤 직접 만든 신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본보 5월 30일자 A24면 신문논술대회 대상에 중앙대 최규진씨
대상과 금상 수상자들이 지닌 신문과의 인연을 소개한다. 》
최 씨는 신문을 이렇게 처음 만났다. 그리 좋지 못한 첫인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신문기자를 꿈꾸고 있다. 아버지와도 화해했다. 신문 덕분이다.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05년 겨울. 최 씨는 대학 입시 때문에 논술시험을 준비했다. 방문을 걸어 잠그고 공부했지만 생소한 논술 준비는 만만치 않았다. 시험을 사흘 앞두고 열어 본 방문 앞에는 아버지가 매일 가지런히 챙겨 둔 신문이 쌓여 있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사흘 동안 읽었던 신문은 뜻밖의 결과를 안겨 줬다.
시험 당일에 받아든 문제가 ‘폐쇄회로(CC)TV 설치에 대한 찬반 입장’을 쓰라는 내용이었던 것. 그가 읽은 신문에서 특집기사로 다뤘던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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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담임교사의 추천으로 참여한 ‘신문 읽기 교실’에서 해답을 찾았다. 신문을 이용해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멋지게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서 신문이 가장 좋은 글쓰기 교재라는 것을 믿게 됐다.
그는 신문을 받으면 1면부터 전체를 훑어본 다음 오피니언면의 짤막한 글들을 오려서 붙이고 3줄 안으로 요약했다. 저녁에는 가족 앞에서 기사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는 ‘기사 브리핑’도 했다.
기사 브리핑은 어휘력과 독해력을 함께 키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최근 한 신문에서 읽었던 ‘백악관 김치’라는 칼럼에 나온 ‘백악관 안주인 미셸 오바마’ 구절이 떠오른다. 처음에는 ‘안주인’의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기사 브리핑 때 부모님이 안주인의 의미를 설명해 줬고 안살림, 바깥살림 같은 관련 단어도 덤으로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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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진 양(13·경기 양영중 1학년·사진)은 이런 궁금증 때문에 신문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처음엔 어머니가 재미있다고 얘기해 주는 기사를 주로 읽었다. 재밌어 보이면 광고도 꼼꼼히 들여다봤다. 어느새 신문은 ‘재미있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읽어 내는 기사의 영역이 조금씩 넓어졌다. 이제는 1면부터 마지막 지면까지 빼놓지 않고 읽는 신 양은 신문을 ‘종합 영양식’에 비유한다. TV 프로그램 안내와 공연·책 소개 기사가 실리는 문화면은 달콤하고 부드러워 마시기 좋은 요구르트 같고 복잡한 내용이 수두룩한 경제면은 단맛은 없지만 영양가가 많아서 꼭 마셔야 하는 우유 같다고 설명했다.
정치면은 어떨까. 신 양은 처음엔 정치인들이 왜들 그렇게 싸우는지 궁금했다. 신문을 읽으면서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주장을 내세울 수 있고 그런 과정을 통해 갈등과 문제를 풀어 간다는 것을 배웠다. 그래서 정치면은 겉보기엔 푸르죽죽하지만 온갖 채소가 골고루 섞인 녹즙 같다고 생각한다.
신 양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도 기사를 읽지만 신문을 읽으면 독자를 현혹하는 제목을 만날 일이 없어서 좋다”고 말했다.
신 양의 어머니 박길수 씨(48)도 일반부로 응모해 동상을 받았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