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5000원권 5만장 위조 40대… 전국 각지 돌며 신출귀몰 위폐 사용일련번호 적어놓은 가게 60대에 덜미
8년 만에 붙잡힌 김모 씨가 만들어 사용한 위폐와 관련한 본보 2012년 11월 1일자 기사.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경기 성남시의 자택 인근에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15만 원짜리 방을 얻어 노트북, 복합기 등을 갖춰놓고 옛 5000원권을 위조했다. 복합기로 5000원권의 앞뒷면을 스캔한 뒤 출력해 두 장을 풀로 붙이는 방법으로 위폐를 제작했다. 컴퓨터 그래픽을 가르치는 2년제 전문학교를 다녔던 김 씨는 위조 방지를 위해 옛 5000원권에 적용했던 율곡 이이의 초상을 이미지 파일로 만들어 따로 인쇄하거나 일련번호의 앞 세 자리와 뒤 두 자리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일일이 고치기도 했다.
김 씨는 위폐 대부분을 전국 각지를 돌며 한 번에 200여 장씩 특정지역에서 3일간만 사용했다. 폐쇄회로(CC)TV가 없고 노인이 혼자 운영하는 슈퍼마켓 등에서 껌, 테이프 등을 산 뒤 위폐로 계산하고 거스름돈을 돌려받았다. 새것처럼 보이면 의심을 살까봐 일부러 위폐를 구겨 사용하기도 했다.
공통적으로 ‘77246’이 찍혀 있는 위폐는 2005년 4775장, 2006년 6455장, 2007년 6461장 등 매년 발견됐지만 경찰과 국가정보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은행 등은 단서조차 잡지 못했다. 김 씨의 위폐가 정교해 금융기관에 입금된 뒤에야 위조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
김 씨는 “두 아이 중 한 명이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어 수술비 등 돈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사업 실패로 빚을 져 신용불량자가 됐고 사채까지 쓰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위폐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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