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전력난, LED로 넘자]<하> 일석삼조 조명교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이진희 씨(51·여)도 전기요금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36명을 수용할 수 있는 레스토랑의 면적은 119.34m²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하는 이곳의 한 달 전기요금은 45만 원 안팎이다. 에어컨을 켜는 여름이나 히터가 필요한 겨울에는 더 많이 나온다. 조명용으로 쓰는 전력은 한 달 평균 660kWh 정도다. 누진요금을 감안하지 않고 1kWh당 112.5원인 일반용 전력 판매단가로 단순 계산해도 매달 약 7만4000원이다. 조명을 켜는 데만 연간 90만 원 가까이 드는 셈이다. 수명이 다한 전구를 바꾸는 데도 적잖은 비용이 든다.
먼저 기존 조명을 그대로 둔 채 7일간 사용한 전체 전력량을 점검해 보니 1011kWh였다. 다음엔 기존 조명 대신 2만2000원짜리 LED 전구(8Wh) 11개와 2만6000원짜리 GU 5.3 타입 LED 조명(10Wh) 4개, 1만9000원짜리 GU 4 타입 LED 조명(4Wh) 6개를 설치했다. LED 구입에 46만 원이 들었다. 일주일 뒤 계량기를 확인해 보니 905kWh의 전력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조명을 쓸 때보다 약 11% 줄어든 것이다.
일주일간의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한 달간 조명을 켜는 데 드는 전력을 계산해 보니 조명 교체 전의 3분의 2 수준인 약 454kWh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조명에 쓰인 전기요금도 월 7만4000원에서 2만3000원으로 줄어들어 월 5만1000원가량을 아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열등과 할로겐 조명 구입 및 교체에 드는 약 10만 원의 비용까지 감안했을 때 7개월 정도면 LED 조명 구매 비용 46만 원을 회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전기요금 누진을 감안하지 않은 것으로, 누진요금제를 감안하면 더 많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필립스전자 관계자는 “LED 조명 구매 비용까지 포함해 1년 뒤면 약 28만 원의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다”며 “LED 조명의 수명이 4만 시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9년간 584만 원을 절감할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LED 조명 가격이 비싸 그동안 구입을 망설였다”며 “이번 실험을 통해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명을 바꾸자 실내온도도 약 3.3도 낮아졌다. 식당 직원들은 “홀과 주방을 오가며 음식을 나르면서 실내가 다소 덥다고 느꼈는데 조명을 바꾼 뒤 열기가 확실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LED 업계는 할로겐 조명이나 백열등을 LED 조명으로 바꾸는 매장이나 가정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LED 조명은 기존 전구 소켓에 끼워 쓸 수 있다. 특히 여름철 전력난에 대비해 전력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교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언리미티드는 세계 LED 조명 시장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30%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김일곤 필립스전자 조명사업총괄 전무는 “LED 조명 가격이 3년 만에 50∼60% 하락한 영향으로 조명 교체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기간도 평균 2년에서 최근에는 1년 미만으로 줄어들었다”며 “조명을 LED로 바꾸는 것은 매장 운영비를 줄일 수 있는 매력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