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이닝 12K 3승… 주목받는 ‘류 스타일’
‘괴물’ 류현진의 창조 야구
4회 초가 끝난 뒤 공수 교대 시간에 장내 카메라가 싸이를 비추자 싸이는 젠틀맨 음악에 맞춰 ‘시건방춤’을 춰 분위기를 띄웠다. 다저스타디움을 가득 메우다시피 한 4만7602명의 관중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더 큰 환호를 받은 진정한 ‘챔피언’은 류현진이었다.
류현진은 이날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는 콜로라도의 강타선을 맞아 자신의 메이저리그 한 경기 최다인 12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팀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6이닝을 3안타 2볼넷 2실점으로 막아 시즌 3승(1패)도 수확했다. 현지 시간으로 4월 마지막 날 승리를 챙긴 류현진은 3승 1패, 평균자책 3.35라는 호성적으로 빅 리그 첫 달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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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까지 6경기에 등판한 류현진은 37과 3분의 2이닝을 던지는 동안 모두 46개의 삼진을 잡아 탈삼진 수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중 5위로 올라섰다.
그가 삼진을 잡아내는 스타일은 특별하다. 대개의 메이저리그 탈삼진 투수들은 평균 150km를 넘는 빠른 공을 주무기로 하고 한두 개의 변화구를 활용해 삼진을 잡는다. 그런데 류현진은 4개의 구종(직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던진다. 직구 구속은 평범한 편이지만 제구가 워낙 좋은 데다 4가지 구종을 던질 때의 투구 폼이 똑같아 타자로서는 헷갈릴 수밖에 없다.
보스턴과 콜로라도 등에서 메이저리거로 뛰었던 김선우(두산)는 “미국에서는 강속구 투수가 변화구를 던지면 구속이 줄어든다고 생각해 어릴 때 변화구를 거의 익히지 않는다. 류현진처럼 다양한 구종을 어느 상황에서건 마음먹은 곳에 던지는 투수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전 경기들에서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로 주로 삼진을 잡았던 류현진은 이날은 날카로운 커브로 5개의 삼진을 솎아냈다.
‘타자’ 류현진의 모습도 특별하긴 마찬가지다. 싸이의 젠틀맨을 테마곡으로 타석에 들어선 류현진은 5-1로 앞선 3회 2사 1, 2루에서 콜로라도 왼손 투수 호르헤 데라로사의 149km짜리 빠른 공을 우전 적시타로 연결시키며 메이저리그 첫 타점을 올렸다. 14일 애리조나와의 경기에서 3타수 3안타의 맹타를 휘둘러 ‘베이브 류스(베이브 루스와 류현진의 합성어)’라는 애칭을 얻은 류현진은 이날 2타수 1안타를 치며 시즌 타율 0.333(12타수 4안타)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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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류현진의 창조 야구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