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정 시상식 사진 실어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생의 가슴에서 일장기를 지운 동아일보 1936년 8월 25일자. 동아일보DB
일본 문부과학성의 고교 교과서 검정을 통과한 진보 성향인 짓쿄(實敎)출판의 일본사A 교과서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생(1912∼2002)의 시상식 장면이 담긴 사진을 소개하면서 일장기를 말소한 동아일보 보도를 언급했다. 정부 관계자는 “동아일보를 명시하면서 일장기 말소 사건을 서술한 교과서는 처음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 “총독부가 동아일보 무기한 발행정지시켰다” 명시 ▼
이 교과서는 사진 옆에 ‘베를린 올림픽의 마라톤 시상식’이라는 제목을 달고 “베를린 대회의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은 조선인이었지만 당시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손 선수는 일장기를 가슴에 붙이고 달릴 수밖에 없었다”고 기술했다. 이어 “조선의 신문인 ‘동아일보’가 일장기를 지운 손 선수의 사진을 게재하자 조선총독부는 동아일보를 무기한 발행 정지시켰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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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당국자는 “손기정 선생이 한국인이었다는 사실과 동아일보의 일장기 말소 사건을 짧게나마 서술한 것은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 중에서 그나마 의미를 둘 수 있는 진전된 부분 중 하나”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1936년 8월 25일자에 손 선생이 올림픽 최고기록으로 우승한 소식을 전하면서 시상대에 오른 손 선생의 가슴에 있던 일장기를 지우고 게재했다. 이로 인해 현진건 당시 사회부장, 일장기 말소를 주도한 이길용 기자 등 8명이 구속되고 송진우 사장, 김준연 주필, 설의식 편집국장 등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동아일보는 조선총독부로부터 무기정간 처분을 받았다. 손 선생은 귀국 길에 이 사건의 전말을 전해 듣고 “나의 심경을 대변해 준 동아일보에 감사한다. 고초를 겪고 있는 기자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짓쿄출판의 이 교과서는 ‘위안부란 강제 모집돼 일본병사를 성적(性的)으로 상대하도록 강요받은 사람’이라는 내용과 “1993년 군이 관여해 위안소가 설치된 것을 인정하고 사죄와 반성을 했다”는 ‘고노(河野)담화’도 소개했다.
윤완준 기자·도쿄=박형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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