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뇌 역할 ‘코어’ 8개… 뉴욕서 첫 선
이날 삼성은 3년 전의 애플이었다. 해외 매체들이 앞다퉈 ‘갤럭시S4’ 취재 경쟁을 벌였고, 행사 2주 전부터 각종 소문이 기사화되기 시작했다. 2010년 삼성전자가 ‘갤럭시S’를 처음 내놓을 때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고 할 수 있다.
○ 인생의 동반자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경쟁사인 애플과 비교해 하드웨어에선 뒤질 게 없지만 소프트웨어 분야는 별로라는 비판을 받았다. 애플은 운영체제(OS)부터 응용프로그램(앱)까지 소프트웨어 전 분야를 스스로 수십 년 동안 만든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삼성전자는 이런 상대적 열세를 상당히 만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뮤지컬 방식으로 진행된 제품 소개 행사에서 해변의 여인이 동영상을 보다가 옆의 근육질 남성에게 눈길을 돌리는 순간 동영상이 멈추는 ‘스마트 포즈’ 기능이 대표적이었다. 이는 스마트폰이 사용자의 시선을 인식해 동영상을 재생하고 정지시키는 기술이다. 사용자는 주위에 신경을 쓰면서도 동영상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다.
이 밖에 스마트폰에 손을 대지 않고도 스마트폰 앞에서 손을 휘저으면 다음 사진을 보여주는 ‘에어브라우즈’ 기능, 장갑을 낀 상태에서도 터치를 인식하는 기능 등이 눈에 띄었다. 카메라 기능도 개선돼 앞과 뒤의 카메라 2대로 동시에 앞뒤를 녹화하거나 카메라 앞에 끼어든 흐릿한 행인의 그림자만 지워버리는 기능 등도 화제가 됐다. ‘인생의 동반자’라는 건 이런 실생활 중심의 세세한 기능을 강조한 표현이다.
디자인은 이전 제품인 갤럭시S3와 큰 차이가 없어 다소 실망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갤럭시S4의 특징은 크기가 줄었는데도 성능은 향상됐다는 점이다. 무게는 아이폰5와 같이 들었을 때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가벼웠다. 게다가 두께는 더 얇아져서 손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었다. 화면 크기와 배터리 용량은 더 커졌다. 또 스마트폰 가운데 처음으로 자체 설계한 ‘옥타코어’ 프로세서도 사용했다. 기존 쿼드코어보다 두 배 빠른 제품이다.
한편 갤럭시S4는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일부 기능을 삼성전자가 개발한 자체 기술로 대체한 게 눈에 띄었다. 예를 들어 ‘S번역’은 구글 번역 기능과 동일하고, ‘삼성허브’는 구글의 앱·콘텐츠 스토어인 ‘플레이스토어’를 대신할 수 있다. 게다가 갤럭시S4의 독창적인 기능들은 다른 안드로이드폰에선 쓸 수 없어 소비자들은 구글보다 ‘갤럭시’를 더 찾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4의 정확한 가격과 출시시기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판매는 4월 중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에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갤럭시S3 수준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4를 1억 대 팔겠다는 내부 목표도 세워 놓았다.
미국 투자회사 오펜하이머의 캐네스 헬먼 전무는 갤럭시S4가 애플을 미국에서 따라잡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우리 내부 데이터로는 이미 삼성이 애플을 따돌렸고 이제 애플이 삼성을 따라잡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김상훈 기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