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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돈줄 푸는 중앙銀 총재’ 기용… 환율전쟁 거세진다

입력 | 2013-02-26 03:00:00

日 차기총재 구로다 내정… 英과 적극적 양적완화 경쟁
中 3월달, 美는 내년초 교체… 통화 약세 지지 후보 많아




일본과 영국의 차기 중앙은행 총재는 물론이고 중국과 미국의 중앙은행 수장으로 유력한 인물이 모두 환율을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삼을 것으로 보여 글로벌 환율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기존 중앙은행 총재들이 물가 안정을 강조하는 인플레이션 파이터, 즉 ‘매파’인 것과 달리 이들은 자국 통화 약세를 통한 경기부양을 중시하는 디플레이션 파이터, 즉 ‘비둘기파’가 대부분이어서 ‘아베노믹스’(엔화 약세를 통한 수출 증대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정책)로 촉발된 환율 전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새 정부도 임기 초부터 환율 전쟁의 험난한 파고를 헤쳐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 日·英, 환율전쟁 주도할 듯

아베 총리는 25일 차기 일본은행(BOJ) 총재에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68)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를 내정했다. 다음 달 BOJ 수장이 되는 구로다 총재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재무성 재무관으로 활동하며 무려 14조 엔(약 161조 원)을 외환시장에 풀어 엔화 약세를 주도했다. 그래서 ‘통화 마피아’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구로다 총재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사용할 여지가 아직 많다”라며 “내가 BOJ 총재라면 일본 국채만 사지 않고 회사채나 주식까지 사들여 더 공격적인 완화 정책을 단행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아베 총리가 구로다 총재를 낙점한 이유는 그가 아베노믹스 찬성론자라는 사실 외에도 영국 옥스퍼드대 석사, ADB 경험 등으로 영어가 유창하고 국제 금융계 인맥이 탄탄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차기 BOJ 총재가 아베노믹스로 인한 국제사회의 반발을 능수능란하게 잠재우기를 기대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BOE)의 차기 총재로 뽑힌 마크 카니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도 7월 취임하면 아베노믹스 못지않은 적극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319년 역사를 지닌 BOE가 대영제국의 자존심을 버리고 사상 첫 외국인 수장을 택한 이유는 경기가 일시적으로 회복됐다 다시 침체에 빠지는 ‘트리플 딥(삼중 경기침체)’ 위기에 놓인 영국 경제를 살리려면 강력한 경기부양 의지를 지닌 인물이 필요하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영국 경제는 지난해 4분기(10∼12월) ―0.3% 성장에 그쳐 우려를 자아낸 바 있다.

카니 총재는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통화정책은 경제 출구전략을 도와야 한다”고 말해 물가 안정보다 성장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 中·美도 경기부양 시급

지난해 2분기(4∼6월)부터 3개 분기 연속 7%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나타낸 중국 경제도 경기부양이 시급하다. 갓 출범한 시진핑(習近平) 정권은 체제 안정을 위해 ‘바오바(保八·8%대 성장 유지)’ 달성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다우존스는 지난달 말 중국의 올해 성장률도 정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큰 데다 GDP의 25% 규모인 수출이 생각만큼 탄탄하지 않아 중국도 환율전쟁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다음 달 초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열어 저우샤오촨(周小川·65) 런민(人民)은행 총재의 후임자를 선정한다. 런민은행 총재의 유력 후보는 상푸린(尙福林)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위) 주석, 궈수칭(郭樹淸)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 주석, 샤오강(肖鋼) 중국은행장, 러우지웨이(樓繼偉) 중국투자공사 회장 등이다.

제로금리와 막대한 재정적자 때문에 경기부양 수단이 양적완화밖에 없는 미국도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후임자로 경기부양 의지가 강한 인물을 찾고 있다. 유력 후보인 스탠리 피셔 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와 재닛 옐런 연준 부의장은 모두 비둘기파다.

피셔 전 총재가 중앙은행 수장이었던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이스라엘 경제는 무려 평균 14.7% 성장했다. 그는 최근 다보스포럼에서도 “세계 경제가 양적완화 정책의 부작용을 잘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상 첫 여성 연준 의장이 될 수도 있는 옐런 부의장 역시 미국이 2016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잇따른 금리 인하로 9·11테러 이후의 미국 경제를 부양했던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의 수제자이자 흑인인 로저 퍼거슨 전 연준 부의장, 재무장관과 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화려한 경력의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등도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정민 기자·도쿄=박형준 특파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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